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온 뒤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사건과 관련해 북한 관련 기관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웜비어의 건강 상태가 악화된 점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2일 한·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지난 5월 억류 중인 미국인 4명의 석방을 요구하자 최선희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알아본 끝에 웜비어의 건강이 악화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북한 외무성은 (웜비어의 건강악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당황했던 것 같다”면서 웜비어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북한이 무리하게 억류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북한은 종전에도 억류 미국인을 외교카드로 사용하면서 고문은 하지 않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웜비어를 억류했던 국가보위부가 제때 알리지 않아 외무성이 상황 파악을 못했을 수 있다는 정황 설명이 가능해진다.
아사히신문은 이어 과거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맡고 있어 억류자와 정기적으로 영사면회를 해 건강상태를 확인했으나 북한이 지난해 7월 외무성 성명으로 미국과의 접촉차단을 선언하고 영사 면회를 거부했던 탓에 웜비어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5일 북한이 웜비어의 건강이 악화돼 어쩔 수 없이 석방한 것 같다고 밝혔었다.
북한에 억류당한 경험이 있는 미국인은 아사히 신문에 “억류된 사람들은 아주 중요한 외교 카드”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형을 선고대로 집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이 미국인에 따르면 북한에서 억류를 담당하는 기관은 비밀경찰인 국가보위부다. 그러나 북한 내에서 보위부는 외무성 보다 지위가 높아 웜비어 상황을 수시로 보고할 의무가 없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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