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무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사임한 로럴 밀러 아프간·파키스탄 특사 대행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미 국무부도 렉스 틸러슨 장관이 아프간·파키스탄 리스크를 관리할 외교관을 특사보다 아래 직급으로 임명해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파키스탄 특사직은 아프간 전쟁 등 중동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신설됐다. 미 국무부의 이 같은 방침은 국방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대응을 위해 아프간 정부군의 훈련을 담당할 병력 5,000명의 추가 파병을 검토 중인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됐다.
■아프간·파키스탄 특사직 폐지 왜?
국무부 외교예산 축소 조치에
행정부와 외교관 갈등도 한몫
미 국무부가 중동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아프간·파키스탄 특사직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데는 우선 미 국무부의 외교예산 축소에 따른 파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도 예산삭감 조치 이후 여러 특사 축소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동정책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나오면서 미 행정부와 외교관들의 갈등 등 내부 문제 역시 인선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발적인 ‘트위터 정치’와 기존과 180도 다른 외교정책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협정 탈퇴 이후 이런 불만이 정점에 치달아 데이비드 랭크 주중 미 대사대리가 갑작스럽게 사임하기도 했다. 이밖에 미 국무부 내 갈등도 외교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폴리티코는 ‘외교 문외한’인 틸러슨 장관이 마거릿 페터린 국무부 직원 총괄책임과 브라이언 훅 정책 최고책임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 둘을 거치지 않고서는 장관과 소통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WSJ도 아프간·파키스탄에 정통한 고위직 외교관이 현 국무부 내에는 없다며 추가 인선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섯 달이 지난 상황에서도 주요국 대사직이 여전히 공석인 점도 국무부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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