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대통령 중 김영삼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3년 방한하면서 성사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깅을 해 화제를 모았다. 김 전 대통령이 19세 어린 클린턴 대통령과의 조깅에서 비슷한 페이스로 달린 것도 얘깃거리였지만 김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을 가르치는 듯한 자세를 취해 미국 측이 당황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첫 만남은 역대 한미 정상회담 중 가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꼽힌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을 국빈방문한 김 전 대통령을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함께 ‘자유의 영웅’으로 칭했다.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운전석에 타고 내가 조수석에 타겠다”고 말할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신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노 전 대통령에게 큰 시험대로 작용했다. 자주외교를 내세웠던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공화당 정권인 부시 전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하며 한미동맹 강화의 길을 선택했지만 이로 인해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미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직접 골프 카트를 운전하며 부시 전 대통령과의 유대를 과시했다. 그러나 방미 기간 합의된 한미 쇠고기 협상은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초 국정운영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과 통역 없이 10분간 산책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장에서 영어로 연설해 미국 의회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본인의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미국 측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성과를 올렸지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임기 초반 국정 운영이 휘청거리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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