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런던 화재를 예언하는 듯한 경고를 참사 한 달 전에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보험협회(ABI)는 지난달 시대에 뒤떨어진 건축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들은 가연성 외장재가 갖는 위험성을 따로 지적하며 ABI는 “가연성 재질로 만든 피복 탓에 불길이 위나 옆 건물로 심각하게 확산할 수 있다”고 정책 제안서에 썼다. 또 “이는 특히 용적률이 높은 지역의 우려”라며 “그런 가연성 물질이 대량으로 쓰이면 화재, 잠재적 손실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ABI는 또 최근 10년 사이 화재 건수는 줄었지만 건축공법의 변화와 함께 불길이 거세지면서 건당 손실은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추세는 정부가 주택을 더 빨리 건립하는 기술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는 경고도 나왔다.
ABI의 제안 얼마 뒤인 지난 14일 런던에 위치한 24층짜리 고층 공공임대 아파트 그렌펠 타워가 화재로 순식간에 전소했고 무려 79명이 사망했다. 건축, 소방 전문가들은 가연성 외장재로 인해 불길이 위로 치솟아 인명피해가 컸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그렌펠 타워가 2015∼2016년 재단장될 때 외벽에 가연성 타일과 절연재가 부착됐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 24일 밝혔다. 그 뒤 영국 지방 정부들은 가연성 외장재를 확인해 제거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 야당인 노동당에서는 런던화재가 최근 수십 년 간 정책이 실패해 빚어진 참사라며 사건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노동당의 예비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존 맥도널 하원의원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희생자들이 정치적 결정에 의해 살해됐다”고 강조했다. 맥도널 의원은 “보금자리를 짓지 않고, 주택을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보다는 금융 투기로 간주하는 정치인들의 결정이 저 가족들을 죽였다”면서 “소방서를 닫고 소방관 1만명 줄이며 대원들의 임금을 동결한 정치적 결정도 불가피하게 그렌펠 타워 입주자들의 죽음에 한몫했다”고 비판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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