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고리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추경 처리와 인사 문제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여야 4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추경 논의를 위한 첫 회동에서 정국 돌파구 마련 방안을 모색했다. 여야는 27~28일에도 연쇄 회동을 하기로 합의하면서 꽉 막힌 인사정국 속에서 추경 처리를 위한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를 찾아 야 3당 정책위의장과 ‘릴레이 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추경 심사에 협조해줄 것을 읍소했다. 이어 김 부총리, 여야 4당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는 연석회의를 추가로 열어 추경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공유했다. 여야 정책위가 추경 논의를 위해 얼굴을 맞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내일 오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28일에도 회동할 것”이라며 “서로 속내를 꺼내놓고 얘기했으니 (추경 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추경 심사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해온 한국당의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법적 요건 충족을 위한 대안과 공무원 위주로 일자리를 늘리는 부분에 대한 대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경 논의 참여와 별개로 한국당은 장관 후보자 임명과 추경 처리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거나 후보자 본인의 자진사퇴가 선행돼야 한다”며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경우 추경을 비롯한 여러 국회 현안에서 협력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막무가내 태업으로 할 일을 못 하고 있다. (끝내) 거부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라도 이번주부터 추경 심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야권을 압박했다.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민주당 일각에서도 “송영무·김상곤 후보자는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나 7월 임시국회를 다음달 4일부터 18일까지 열고 정부조직법을 국회 상임위와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27일 작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인사청문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운영위 8인의 소위원회 가동과 정개특위 설치, 개헌특위·평창올림픽 특위 연장도 합의문에 담길 예정이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