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과정에 관여했던 분들이 일종의 지분의식이나 과도한 책임의식을 갖고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주장하는 것은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세력이 새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되 자제할 것은 자제할 줄 아는 분별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담=서정명 정치부장 vicsjm@sedaily.com
한반도, 청일·러일전쟁때와 비슷…중국과도 전략적 협력 구축 필요
정권창출 세력 과도한 지분요구는 文정부에 장애물…분별력 가져야
사드문제, 국회 차원 논의 필수적…경제민주화-활성화법 빅딜해볼만
박 의원은 정권교체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던 모든 세력들이 ‘정부의 성공이 곧 국가와 국민의 성공’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실패한 정부는 결국 국민과 국가도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했다”며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국민과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둔 당내 경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돼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떠한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충청 출신인 박 의원은 한때 국무총리 후보에도 거론됐지만 한사코 사양했다. 혹시라도 정권 창출의 공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자리를 탐내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물론 새 정부에도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다만 교착 상태에 빠진 국회와 새 정부를 향해서는 5선의 중진 의원답게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지금의 야당이 과도한 비판을 했듯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현재 여당의 비판 역시 과도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문 대통령도 야당의 목소리는 물론 각계각층의 폭넓은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혀 경제 관련 법안들이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여야의 통 큰 ‘빅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여당이 주장해온 ‘경제민주화법’과 야당이 추진해온 ‘경제활성화법’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타협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주고받기 식의 빅딜도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이자 당내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인 그는 현재의 한반도 국면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잇따라 벌어졌던 19세기 말~20세기 초와 유사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대륙세력’과 미국과 일본의 ‘해양세력’이 충돌할 때마다 한반도의 운명은 위기에 내몰렸다”며 “엄중한 시기일수록 우리 스스로 주도권을 갖고 대륙과 해양세력 사이에서 균형 있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신뢰를 굳건히 하되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 의원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양국 정상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토대로 대북 문제에 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여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 내 ‘중국통’으로 유명한 박 의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북핵·미사일고도화·남북대치 상황과 함께 굳건한 한미동맹, 말이 아닌 실질적인 중국과의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 시진핑 주석이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한중관계 회복을 통해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직후 한국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 주석을 만나고 돌아왔다. 다만 사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가 국내법에 따라 논의하는 것은 미국이나 중국 모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중재와 타협을 이끄는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의회주의자’로 기억되는 게 꿈”이라며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정리=김현상·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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