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70년 역사의 국영 항공사를 조만간 민영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수일 안에 에어인디아 매각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라고 복수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관료들이 모여 매각계획을 논의하고 이번주 내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아시아 항공 여객산업의 제트엔진 시대를 이끈 항공사가 70년 만에 정부 품을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32년 타타항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에어인디아는 1948년 인도가 독립하면서 국영 항공사로 운영돼왔다. 이 항공사는 아시아 최초로 제트 항공기를 임대하고 세계 최초로 여성전용좌석제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실험으로 항공산업을 선도해왔다. 1990년 쿠웨이트에 억류된 자국민 17만명을 구출하는 대규모 공수작전을 펼쳐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에어인디아’ 매각 나선 이유
LCC와 경쟁에 8년 연속 손실
눈덩이 채무 정부도 손 못써
에어인디아가 민영화 절차를 밟게 된 것은 저가항공사들과의 경쟁 속에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더 이상 정부가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FT는 “지난해까지 세전 기준으로 8년 연속 손실을 기록한데다 80억달러의 누적 채무까지 겹치면서 에어아시아의 주식 가치는 휴지 조각이 됐다”고 지적했다. 재무구조 악화로 회사가 손실을 축소 신고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국은 3월 에어아시아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0억달러의 손실을 누락한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인도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에어인디아 매각을 시도해왔다. 2001년에는 타타그룹과 싱가포르항공의 합작투자사에 매각될 뻔했지만 경쟁 항공사들의 로비로 막판에 계약이 틀어졌다.
인도 정부는 이번 매각에 4~5개 입찰자가 참여할 것이라며 민영화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FT는 “높은 부채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일부 업체들은 현지 항공 이용자가 연 17%나 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에어인디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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