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갈등 조정을 개인의 영역으로 둘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이웃 간 다툼을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은 분쟁조정센터 400여개를 운영하면서 분쟁 중재 분야에 훈련된 갈등 조정 전문가 1만2,000명이 시민들 간 각종 분쟁을 해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300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지역 주민 갈등 조정자로 활동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웃분쟁조정위원회는 해마다 300건가량의 분쟁 조정을 맡아 이 가운데 85%를 성공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에도 이웃분쟁조정기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웃 분쟁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한 이웃분쟁조정센터는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는 서울과 광주 두 곳에 불과하다. 일부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주민 모임 역시 걸음마 수준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꼽히는 대안은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확대다. 단기간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공동주택관리법 제86조 제1항을 근거로 설립했다. 공동주택 관리비나 유지보수 등에 관한 상담, 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공동주택 관리 교육, 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주건일 서울 YMCA 이웃분쟁조정센터 팀장은 “공동주택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지만 지자체 등에서 주민자치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취약해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가 상담·조정·행정명령까지 집행하는 방식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간 다툼을 공적 기구가 대행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활성화도 필요하다. 지자체나 국가의 개입에 앞서 주민들 스스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위원회는 구성돼 있지만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공동주택법과 조례 등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는 조항은 있지만 강제력이 없고 예산 규정도 없어서다. 이에 따라 주민자치 분쟁조정위원회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컨설팅과 캠페인, 적극적인 예산 지원 등이 절실한 실정이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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