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 저제나 나올까 아니 어쩌면 아예 연예계를 떠나 유유자적 ‘소길댁’의 삶에 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할 때 쯤, 이효리가 본업으로 복귀를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영리하게.
이효리는 지난해 11월 김형석 작곡가가 이끄는 키위미디어그룹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복귀의 물꼬를 텄다. 그 이후부터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복귀를 준비를 해왔던 이효리는 오는 7월 4일 정식 컴백을 예고했다.
2013년 5월 정규 5집 ‘모노크롬’ 발매 이후 약 4년 만에 발표하는 신보답게 이번 앨범에 이효리는 대부분의 곡들을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담당하며 아티스트 이효리로서의 면모도 증명해낼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에 앞서 이효리는 연이어 예능을 통해 얼굴을 내비치며 녹슬지 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그 출발은 MBC ‘무한도전’이었다. 지난 17일과 24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이효리가 현대 무용가 김설진과 함께 출연해 공백기 동안의 이야기와 함께 요가, 현대무용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요가를 통해 심신을 수련하며 이효리는 이전과 달라졌음을 강조했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이은 실수에 결국 참지 못하고 억눌러 왔던 ‘욱’하는 기질이 분출돼 웃음을 자아냈다.
‘무한도전’이 예능인들과의 케미를 이끌어 냈다면, 지난 25일 첫 방송된 JTBC ‘효리네 민박’에서는 “도시에서 느끼지 못할 심심함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이효리의 다짐처럼, 바쁜 일상과는 분리된 제주 라이프의 매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남편인 이상순과 함께 차를 마시고 손님을 맞기 위해 장을 보는 등, 방송을 통해 비춰진 일상은 이효리 특유의 털털한 매력은 물론 화려한 연예계 이면에 감춰진 여자 그리고 아내의 모습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이효리는 오는 28일 MBC ‘라디오스타’ 녹화를 비롯해, 30일에는 KBS 2TV ‘해피 투게더’에 참여해 유재석, 김용만, 박수홍, 김수용, 지석진 등 ‘조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입담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효리라는 스타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예능계의 치트키라는 것이 몇 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그대로 증명됐지만, 다른 시각에서 볼 때 이는 오랜 시간 연예계 생활로 다져진 이효리의 영리함이 드러나는 행보이기도 하다.
2003년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 ‘텐 미닛(10 Minutes)’으로 가요계 판도를 뒤흔들었던 이효리는 그 이후부터 ‘톡톡톡(Toc Toc Toc)’, ‘유고걸(U-Go-Girl)’,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 등 발표하는 곡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리며 몇 되지 않는 여성 솔로 댄스가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당시 대중들이 이효리의 ‘섹시 카리스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만큼,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던 이효리는 이와는 정반대에 가까울 정도로 꾸밈없고 털털한 모습으로 예능에서도 맹활약했다.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여성 가수가 민낯을 보이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유재석과 함께 ‘국민 남매’로 불리며 숨겨진 허당미를 발산하기도 했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고정된 캐릭터를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연예계에서, 전혀 상충되지 않을 것 같은 정반대의 매력으로 동시에 승부를 본 이효리의 이와 같은 넓은 스펙트럼은 4년이라는 공백에도 이효리의 컴백에 기대를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올해로 서른아홉, 여자 댄스가수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더 정확히 말해 어떤 시도를 함에 있어 머뭇거림이 많아질 시기다. 더구나 앞서 선보였던 앨범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에 흠집을 남겼던 만큼, 이번에 발표하게 될 앨범은 가수 이효리의 명예회복의 기회이자 향후 이효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예정이다.
분명 앞서 공표했던 7월 4일이라는 날짜에 맞춰 앨범과 함께 ‘짠’하고 등장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효리는 자신이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예능으로 컴백 예열을 시작했다. 이효리의 예능 출연은 빠른 시간 안에 그의 공백을 줄여나가게 했을 뿐 아니라, 친근한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스며들며 이후에 발표될 앨범에 대한 거부감이나 낯설음을 최소화 시켰다.
과연 이효리의 복귀가 ‘성공적’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지는 이번 앨범의 뚜껑이 열린 후에나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랜 공백에도 이토록 환영받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이효리는 절반의 성공쯤은 거뒀다.
과거 예능을 통해 ‘내 이름은 이효리’라고 노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하던 이효리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이효리’라는 세 글자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나인뮤지스, 마마무, 블랙핑크, 에이핑크 등으로 이어지는 걸그룹 대전 속에서 큰 언니 이효리가 보여줄 저력을 기대해 본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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