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대통령와 수차례의 ‘베어허그(bear hug, 힘찬 포옹)’로 우애를 과시하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밀월시대를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어김없이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긴장감을 조성했지만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하고 좋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첫 백악관 만찬 초대로 주목된 미·인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북핵 문제, 테러와의 전쟁 등 중대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후 성명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세계 평화를 깨뜨리는 중대 범죄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북핵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새 대북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모디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우리는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급진적 이슬람주의에 함께 맞서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도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고 모디 총리를 치켜세우면서 장녀 이방카를 올가을 인도에서 열리는 기업 경영자 정상회담에 참석시키기로 했다.
모디 총리도 “‘새로운 인도(New India)’를 위한 나의 비전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만나면 양국 간 새로운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의 비즈니스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미국산 비무장 드론과 C-17 대형수송기 23억6,500만달러어치를 주문하는 방안을 승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고무시키기도 했다.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미국의 반이민정책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문제는 이번 회동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와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묘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지만 이날 회담은 대체로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과 가족을 초청하고 싶다”며 조만간 인도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두 정상은 악수 대신 포옹으로 회견을 마무리하며 대외적으로 우애를 과시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양측의 의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입장에서는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격한 환대를 받으며 미국과의 외교에서 인도가 밀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것을 만회하고 미국 역시 중국에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문하는 상황에서 모디 총리와의 만남이 자극제가 될 것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북한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시 주석에게 실망감을 느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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