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출시한 지 세 달째가 됐다. 처음 론칭할 때는 고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언론에서도 다뤄줬고 크라우드 펀딩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객 증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마케팅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해답이 찾아지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까?
에어비앤비·집카, 고객 증가율 정체 위기
마케팅 강화 아닌 고객만족도 향상서 찾아
숙박 공유 플랫폼으로 유명한 에어비앤비(AirB&B)의 창업자들에게 와이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이 물었다. ‘당신은 어느 정도의 고객을 가지고 있습니까?’ ‘100명쯤 됩니다.’ 다시 그레이엄이 물었다. ‘그럼, 그들은 지금 어디 있나요?’ 창업자들은 서비스 개선을 위한 회의를 하던 중이었는데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창업자들은 캘리포니아에 있었고 그들의 고객은 비행기로 다섯 시간이 걸리는 뉴욕에 있었다. 당연히 한 번도 그들을 본 적이 없었다. 창업자들은 곧바로 뉴욕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고객(host·숙박할 공간을 내놓은 사람들)들이 있었다. 창업자들은 그들의 집에서 숙박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호스트들이 가진 중요한 고민들을 알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진 촬영의 어려움이었다. 집이 좀 더 밝고 환하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근사하게 찍어 올리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알게 된 창업자들은 그 즉시 호스트의 집에 전문 사진사를 보내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사이트에 올려주었다. 그러자 멋진 사진의 호스트들에게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 수요를 견인할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집카(ZipCar). 인근에 주차된 집카의 차량을 언제든지 사용하고 반납할 수 있도록 한 자동차 공유 서비스 회사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03년까지 보스턴·워싱턴DC·뉴욕시로 서비스를 늘렸으나 생각보다 성장 속도가 느려 추가 투자를 받기 어렵게 됐다. 결국 이사회는 창업자를 해임하고 스콧 그린피스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그 역시 회사를 맡자마자 고민이 많았다.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가 있었지만 그는 수요가 늘지 않는 이유를 고객에서부터 찾기로 했다. ‘이용할 차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냥 관심을 끄기로 했어요.’ 비슷한 의견들이 들렸다. 지금은 마케팅을 강화할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고객 불편을 해결할 완전한 솔루션이 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린피스는 공유 가능한 차량을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목표 지역을 선정해 ‘블록마다 집집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차를 늘렸다. 그러자 그 지역의 고객 만족도가 올라갔고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때때로 제품을 내놓은 뒤부터는 다른 일들에 치여 직접 고객들을 만나지 못하는 창업자들을 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무엇이 우선순위일까? 무언가 문제가 있다면 어디에 답이 있을까? 일주일에 몇 명의 고객과 직접 이야기 나누고 있을까?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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