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 FNC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유회승 역시 눈길을 끈다. 비록 35명만 생존하는 3차 순위발표식에서 39위권에 머물며 아쉽게 탈락했지만, 시원시원한 보컬과 선한 인상 그리고 유쾌한 성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 회사 나 때문에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그야말로 웃픈(웃기고 슬픈) 고민을 했을 정도로, 채 1년도 안된 햇병아리 연습생이 FNC라는 회사의 이름을 혼자서 짊어지고 나온 상황은 유회승에게도 적지 않게 부담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속사 선배들을 포함한 주변의 응원들로 긴장과 부담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무엇을 정하는데 있어서 혼자 고민해야 했던 것들이 조금 어려울 때도 있었죠. 그래도 주변에서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회사에 SF9부터 엔플라잉 선배님들까지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나가기 전부터 혼자 걱정하고 있는게 겉으로도 보였나봐요. 힘이 많이 됐죠. 출전은 혼자 했지만 든든한 지원군이 많았어요”
대답 하나 하나를 꼭꼭 씹어가며 다소 신중하고 진중하게 답하는 모습이었지만, 대화를 거듭할수록 맑고 청량한 기운이 유회승에게서 계속 뿜어져 나왔다. 모든 일의 출발을 ‘긍정’이라는 시각에 두고 있는 그의 성격은 ‘프로듀스 101’ 방송을 대함에 있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미 국방의 의무를 마친 유회승이 ‘군대에 다시 들어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쉽지 만은 않았던 연습과정과 합숙생활이었음에도, 100명이나 되는 소년들을 통제하느라 고충이 심했을 것이라고 제작진을 되레 걱정하던 모습만 봐도 유회승의 평소 성격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긍정적인 성격이었어요. 어떤 일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걱정하고 신경 쓴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 일찌감치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물론 그건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컸죠. 힘든 일이 있으면 어머니께서 ‘이미 네가 그 길을 들어섰는데 힘들어 한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다. 긍정적으로 재미있게 하다보면 오히려 그게 더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해주시곤 했어요.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유쾌승’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팬들 역시 그의 긍정적인 성격을 높이 샀다. 그리고 이러한 면은 포지션 평가 때 더욱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60명 가운데 56등을 했던 탓에 가장 자신 없었던 ‘댄스’ 포지션의 곡을 배정받게 됐음에도 유회승은 처음부터 자신이 골랐던 포지션인 듯 시종일관 웃음으로 평가를 준비해 나갔다.
“정말 아쉬웠죠. 그 마음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거예요. 보컬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하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근데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해서 다 할 수도 없는 거고, 투덜 댄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으니까 오히려 춤을 더 배워볼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하고 즐겁게 해보려고 했어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속상함을 전혀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특히, ‘쇼 타임(Show Time)’ 무대를 보여주기 직전에 탈락한 것은 그에게는 한(恨)아닌 한처럼 남았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가장 잘 할 수 있고,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을 보여주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결국 유회승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에 ‘쇼 타임’ 커버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커버 영상으로라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한번이라도 만족스러운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노래부터 춤까지 나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잘 할 자신도 있었어요. 당시엔 꼭 살아남아서 이 무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나름대로의 한풀이 의식(?)을 치르고 나니 유회승에게 ‘프로듀스 101’은 이제 오롯이 추억이라는 의미만 걸러졌다. 몸짓과 표정에 대한 거듭된 고민 끝에 나온 회심의 ‘입술 쓸기’ 퍼포먼스로 팬들은 물론 연습생 친구들에게까지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일화부터 시작해 곳곳이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무엇보다, 경연을 거듭하고 연습을 거듭할수록 보여줬던 두드러진 성장세는 순위 결과를 막론하고 향후 가수로 데뷔할 유회승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단순히 몇 등이라는 순위에 옭아매기에는 유회성의 가능성이 꽤 아까웠다.
“‘나야 나’ 무대 할 때만해도 춤추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갈수록 춤을 카피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동일한 시간 안에서 연습도 많이 해볼 수 있게 됐더라고요. 그래서 내심 속으로 많이 늘었구나하고 자화자찬 해보기도 했고요. 방송 초반에 지적 받았던 입모양도 조금씩 개선해 나갔고요. 사실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어요. 말 한 마디 한 마디 해주시는 걸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죠”
→인터뷰 ②에서 계속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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