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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日 주총 키워드는 '상담역·고문제 폐지'

조언 넘어 인사·정책 등 관여해

기업경영 저해하는 부작용 커져

일본 도쿄 시내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도쿄=AFP연합뉴스




올해 일본 주총시즌에서 일본 기업 특유의 제도인 ‘상담역’과 ‘고문제’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기업에서는 주로 이전 최고경영자(CEO), 전임 회장 등 전직 경영인이 퇴직 이후 상담역이나 고문을 맡아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28일 NHK에 따르면 일본의 유력 전기기기·자동차부품 업체인 닛신보홀딩스는 29일 열리는 주총에서 상담역·고문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아시아 최대 제약회사인 다케다약품공업 주주들도 주총을 앞두고 “불필요한 영향력을 행사해 건전한 경영을 저해할 수 있다”며 상담역·고문제 폐지를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제출했다. 물류·철도 업체인 한큐한신홀딩스와 유통기업인 J프론트리테일링 등은 이미 최근 열린 주총 때 이 제도를 없애는 정관 개정을 의결했다.

일본 정부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상담역·고문의 업무내용 및 보수 등을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상장사의 70% 이상은 상담역이나 고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유의 제도 없애려는 이유는?



일본 기업들이 상담역·고문제를 폐지하려는 것은 이들이 단순히 경영에 관한 조언이나 도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인사 및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기업 경영을 왜곡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회사 원로의 인맥과 경험을 살린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퇴임한 경영자들이 사실상의 ‘상왕’이나 ‘섭정’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재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산업성 조사에서도 상담역 및 고문 제도를 도입한 기업 3곳 중 1곳은 상담역이나 고문이 경영진에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의 ‘퇴출’ 움직임은 도시바의 회계 부정 및 부실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도시바의 경우 회사 손실을 결정적으로 키운 미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 운영 과정에서 상담역이나 고문의 입김이 적잖이 작용했음에도 정작 이들의 책임소재는 불분명했다. 도시바는 조직적인 회계부정이 드러난 후 경영혁신 및 기업투명성 강화를 위해 상담역을 없앴다.

미야지마 히데아키 와세다대 학술원 교수는 “사장·회장을 거쳐 퇴직 후 상담역이나 고문이 되는 관행은 일본식 장기고용 시스템이 만든 제도”라며 “거래 연관성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우도 있지만 역할과 기능을 분명히 해야 경영 및 인사개입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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