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무용극으로 부활한 조선시대 궁중 무희 ‘리진’이 내달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드라마 요소가 강조된 ‘리진’에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신작 무용극 ‘리진’은 국립무용단이 지난 2012년 ‘그대, 논개여’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무용극인데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인 까닭에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리진은 1890년대 초 조선에 주재했던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뎅이 쓴 저서 ‘앙 코레’(1905)에 등장하는 인물로 실존과 기록의 진위에 대한 논쟁이 있다. 그러나 김탁환의 ‘리심’, 신경숙 ‘리진’ 등의 소설로 대중에게 이미 알려진 친숙한 인물이다. 그러나 무용극 ‘리진’은 두 소설과는 달리 도화라는 리진의 친구이자 경쟁자 등이 등장하는 등 사뭇 다른 스토리로 전개된다.
우선 극은 조선 궁궐을 배경으로 한 1막과 프랑스 공사 플랑시와 함께 떠난 리진의 행복한 삶과 이를 방해하려는 원우·도화로 인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2부로 구성된다. 김상덕 예술감독은 무용극 ‘리진’에 대해 “궁중무희의 지배자로 리진에게 집착하는 원우, 리진과 함께 궁중무희라 자라면서 권력에 대한 욕망을 키워온 도화가 등장해 극의 입체감을 살린 영화와 드라마와 같은 무용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용수의 춤사위만 보고도 각 인물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무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무용극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진 역에는 이의영·이요음, 도화 역에는 장윤나·박혜지, 플랑시 역에는 황용천·조용진이 더블 캐스팅됐으며, 원우 역은 송설이 모든 무대를 소화한다. 이의영과 이요음은 각기 다른 리진을 표현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의영은 지난 2007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이후 ‘춤, 춘향’(2009·2010)의 춘향 역을 맡아 주목받았으며, 긴 팔과 다리로 그려내는 힘 있는 선이 돋보이는 당찬 리진의 모습을 표현해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2014년 입단한 이지적인 외모의 신예 이요음은 신세계를 향해 겁 없이 나아가는 리진의 도전적 성향을 선보여 역시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음악은 국악관현악 ‘공무도하가’, 바이올린 협주곡 ‘이별가’를 비롯해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뮤지컬 ‘파우스트’ 등 음악을 작곡한 김성국이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서양악기 중심의 관현악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가창 음악인 정가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무대는 뮤지컬 ‘레베카’, ‘베르테르’ 등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 무대디자이너 정승호가 맡았다. 곡선 형태의 거대한 LED 패널을 무대 세트로 활용해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공간의 변화가 이뤄지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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