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주요 국가들 중 임금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그룹에 속하고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도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상위 10%의 임금소득이 하위 10%의 약 4.8배로 미국의 약 5배 다음으로 높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약 14.7%로 OECD 평균(5.5%)보다 약 2.7배, 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2%)에 비해서도 7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한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도 임금소득에서의 계층 간 격차 확대가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 해소가 곧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위기 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2000년 이후 한국의 임금 상승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임금 상승률과 임금 불평등도가 동시에 높아진 것이다. 이는 생산성 향상과 함께 가파르게 오른 임금 상승의 수혜가 대기업·정규직 등 이미 임금 수준이 높은 고임금 직종에 주로 돌아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같은 기간 동안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수준의 격차가 줄지 않고 오히려 확대됐으며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이 약 25%로 매우 높은 수준에서 크게 줄지 않고 있는 것 등이 그러한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일차적 과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이다. 지금과 같이 벽이 높고 격차가 심한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의 분절 구조에 대한 개혁 없이 정책·제도적 노력만 갖고 노동시장 불평등의 구조적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1차 노동시장의 기득권과 경직성을 낮추고 2차 노동시장의 임금과 고용의 질을 높여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평을 회복하도록 기울기를 조절하는 사회적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산업과 직종 간에 원활한 노동 이동이 가능하고 자신의 직무 가치와 능력에 따라 정당한 보수가 주어지는 공정한 노동시장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 분절로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동 가능성(약 22%)도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아 일단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 그 함정에 갇히게 되는 위험성이 크다. 반면 고용 유연성이 높은 네덜란드의 경우 비정규직이 3년 뒤 정규직으로 이동해 간 비율이 70% 가까이 되고 독일의 경우도 60% 수준이다. 비정규직이 함정이 아니라 직무 경험과 훈련 기회를 통해 정규직으로 이동해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일정 수준의 격차가 노동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기술·기능 그리고 생산성 향상에 대한 투자로 부문 간 노동 이동성을 높이는 것이 불평등과 격차 해소의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다.
갈수록 커져가는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격차와 차별도 문제지만 통계적으로 잡히는 임금 격차의 대부분은 대·중소기업 간 격차로 귀착된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노동절약적 ‘고생산성-고임금’ 체제를 유지해온 반면 중소기업은 노동집약적 ‘저생산성-저임금’ 체제에 갇힘으로써 두 부문 간 격차가 갈수록 확대된 결과다. 대·중소기업 간, 원·하청 간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의 불공정거래 관행은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높은 임금 격차를 낳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이다. 공정거래 질서 회복과 전체 근로자의 88% 이상이 취업해 있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 불평등의 괄목할 만한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확대된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너무 높은 부문은 적정한 높이로 낮추고 너무 낮은 부문은 형평을 회복할 수 있도록 바닥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전자의 경우는 생산성과 괴리된 연공서열적 임금체계를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혁하는 것, 후자의 경우는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조치들이 현재 가장 시급한 고용정책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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