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기동대 3제대 하차해서 보신각으로 긴급 이동.”(무전음)
“하차.”(장보은 24기동대 3제대장)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가 열린 30일 오후2시께. 서울 종로구 보신각 한켠에 세워진 경찰 기동버스에서 대기 중이던 서울경찰청 2기동단 24기동대 소속 여성 경찰관 33명이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인근 집회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상황 종료”라는 무전음이 울리자 “버스로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날 서울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24기동대 버스 안에서는 집회가 마무리된 오후5시까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여성 경찰관 109명으로 구성된 24기동대는 서울 지역의 유일한 여경 경비단이다. 여성 집회 참가자들의 인권 보호를 주 업무로 하는 이들은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 집회, 장애인·학부모단체 집회 등 인권 침해 시비가 발생할 수 있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평화적 집회 문화의 상징이 된 촛불집회 현장 등 충돌 우려가 있는 대규모 집회 현장에서 여경 기동대가 전면에 나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경찰이 유연한 집회·시위 대응 방침을 보이면서 여경 기동대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여경 경비단은 집회 열기가 과열되거나 시위대의 돌발 행동이 우려될수록 분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남성 기동대원과 달리 방패·곤봉 등 진압장비 없이 맨몸으로 투입된다. 알몸 시위와 같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모포를 휴대하기도 한다. 경찰이 도입을 검토 중인 ‘스웨덴식 대화경찰’과 같은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권현정 24기동대장(경정)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여경 경비단은 평화집회를 유도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며 “최근 그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체 경찰 가운데 여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다 극소수만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어 인력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경찰 11만7,000여명 가운데 여경은 1만2,357명으로 비율이 10.6%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300여명만 전국 집회·시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보은 제대장은 “대원들의 출동이 잦고 부상 등 돌발 상황이 많아 기피 업무 중 하나로 꼽히지만 대원 모두 최전선에서 뛴다는 자부심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1일은 제71회 여경의 날이다. 경찰은 올해부터 양성평등 차원에서 특진과 표창을 수여하는 여경의 날 공식행사를 없애고 오는 10월21일 경찰의 날로 통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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