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슈퍼루키’가 보이지 않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또 한명의 슈퍼루키가 나왔다. 주인공은 1999년 태어난 여고생 골퍼 최혜진(18·학산여고 3년). 1999년은 박세리의 미국 무대 2년차 시절이다.
최혜진은 2일 강원 평창의 버치힐 골프장(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3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02타로 우승했다. 이지현부터 오지현까지 ‘지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연속 우승하는 ‘지현이 시리즈’도 6주째 직전에 멈춰 섰다.
최혜진은 2라운드까지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10위였다. 우승까지는 먼 거리였고 또 한 번의 좋은 경험을 쌓는 것으로 마무리될 듯싶었다. 최혜진은 그러나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에 이글을 두 방이나 터뜨리는 신들린 경기력을 선보였다. 9언더파 63타는 종전 기록을 2타 앞당기는 코스 레코드. 2015년 고진영이 세웠던 대회 최소타 기록(203타)도 1타 경신했다. 아마추어의 KLPGA 투어 우승은 2012년 김효주의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 이후 5년2개월17일(1,904일) 만.
이날 짧은 파4인 5번홀에서 1온에 성공한 뒤 3m 이글 퍼트를 넣은 최혜진은 16번홀(파4)에서는 148야드짜리 샷 이글을 터뜨렸다. 최혜진이 14언더파 선두로 경기를 마쳤을 때 김지현(한화)과 조정민(문영그룹)은 1타 차 공동 2위에서 각각 4홀, 3홀을 남기고 있었다. 연장 가능성이 큰 상황.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장대비 속에 둘 다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클럽하우스에서 대기 중이던 최혜진의 우승이 확정됐다.
최혜진의 우승은 ‘깜짝 우승’이 아니다. 중 2 때 이미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된 뒤 1년 만에 국가대표가 된 최혜진은 4년째 태극마크를 유지하고 있다. 4년째 국가대표는 김효주와 함께 최장 기록이다. 세계선수권, 네이버스컵, 호심배, 송암배 등 우승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로 아마추어 무대는 평정한 지 오래. 초청선수로 종종 출전한 프로 대회에서도 심심찮게 우승경쟁을 벌였다. 2015·2016년 롯데마트 여자오픈 4위, 2015년 한화금융 클래식 6위, 지난해 유럽 투어 뉴질랜드 오픈 2위에 올랐고 올해는 E1 채리티오픈 준우승,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4위를 기록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호주 여자오픈에도 나가 7위를 했다. 정확성까지 겸비한 260야드 이상의 장타와 10대 같지 않은 평정심에 이미 오래 전부터 박세리, 박인비 등을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아왔다. 최혜진은 만 18세가 되는 8월23일 이후 프로전향 자격을 얻는다. 이번 우승으로 내년 모든 대회 출전권도 확보했다. 우승이 아니었다면 오는 11월 시드전을 통과해야만 했다.
경기 후 최혜진은 “날씨 탓에 즐겁게 치자고만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1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들어갈 때 우승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오는 13일 개막하는 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에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출전한다.
시즌 3승의 상금 1위 김지현은 마지막 홀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연장 승부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상승세는 계속 이어갔다. 그는 최근 4개 대회에서 우승-우승-공동 10위-공동 2위를 기록했다. 투어 규정상 아마추어는 상금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김지현은 우승상금 1억원과 2위 상금을 더해 둘로 나눈 7,875만원씩을 조정민과 함께 받게 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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