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배우 배유람이 드라마 ‘초인가족 2017’에 깜짝 출연했다. 평생 형 나천일(박혁권 분)에 치여 산 못난 동생 나백일(배유람)로 나와 통닭의 닭다리를 붙들고 “전 닭이 다리가 없는 줄 알았어요. 닭다리는 늘 형 차지였거든요”라며 울부짖는가 하면, 진상손님을 만나게 된 대리기사 나백일로 분해, 형 박혁권이 “저 남자가 형이다 왜 말을 못해”라고 소리치게 했다.
이에 배유람은 “이 꼴을 하고 어떻게 그러느냐. 그럼 형이 뭐가 되느냐. 바보 같은 놈”이라고 응수해 ‘파리의 연인 속 김정은의 대사를 떠올리게 했다.’ 곧 박혁원은 “백일아 가자”라고 박신양의 유행어로 응했다.
2015년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로 인연을 맺은 배유람과 박혁권은 닮은 꼴 배우로 통한다. 비슷한 외모는 서로 인정할 정도. 실제로 박혁권의 강력 추천을 통해 ‘초인가족’에 캐스팅 됐다고 한다.
“제가 ‘프로듀사’ 때 처음 얼굴을 뵙고 (닮아서)죄송하다고 했어요. 혁권 선배가 ‘초인가족’에서 자신의 동생이 나와야 하는 신이 생기자, ‘프로듀사’ 때 나 닮은 친구로 알려졌다며 감독님께 제 프로필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여드렸대요. 감독님이 보자마자 “빨리 부르라고”라고 하셨다는데요. 혁권 선배에게 연락이 와서 전 당연히 간다고 했죠.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그 시간이 빨리 왔어요. 저희가 형제로 나온 게 시기적으로 좀 빠르죠. 하하. 전 ‘초인가족’ 콜에 당연히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어요.”
박혁권 배유람의 환상 케미는 박혁권의 딸로 출연중인 익희 역 김지민 배우도 인정할 정도.
“김지민 친구가 처음엔 ‘그렇게 안 닮았는데’라고 말하더니 점차 촬영을 하면서는 ‘느낌이 닮았네’라며 동의했어요. 풍기는 느낌이랄까. 혁권 선배랑 같이 붙어있음 웃을 때 그 느낌이 닮은 게 있나봐요.”
박혁권과 배유람이 친분이 끈끈한 건 아니냐고 묻자, 그는 “선배님이 저를 특별히 예뻐하는지는 모르겠어요.”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배유람은 애교가 많지 않은 성격 탓에 최대한 예의를 차리는 편에 가까웠다. 특히 선배님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여러번 이야기를 한 선배에겐 ‘oo작품 진짜 좋았습니다. 엄지 척’을 할 수 있는데, 초면인 선배에겐 ‘잘 봤습니다’란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러워요. 혹시나 ‘네가 뭔데 잘봐?’ 이런 평가의 느낌으로 전해질까봐,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배우끼리는 후배일지라도 연기에 대한 조언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평가는 대중이 하고, 디렉팅은 감독이 하는 영역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동기나 선배들이 내 연기 어땠어요? 라고 진심으로 물어보기 전엔 말을 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왜 그렇게 연기했어’란 말 한 마디가 다른 이에겐 상처가 될 수 있거든요. 배우의 연기를 평가하는 분들은 따로 있기에 동료로서 함부로 말 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배유람은 2009년 독립영화 ‘구경’으로 데뷔 2011년 독립영화 ‘북촌방향’에서 영화계에 정식 데뷔했다. 그 외 2013년 ‘끝까지 간다’, ‘마녀’, ‘7 1/2’, ‘하우스 메이트’ ,‘소셜포비아’ ‘섬’ 등에 출연했다. 올 여름엔 영화 ‘청년경찰’로 관객을 만날 예정.
“박서준, 강하늘과 경찰대학교 동기로 나와요. ‘군주’랑 비슷하게 임팩트 보다는 깨알 같은 장면들이 많아요. 깨를 마지막에 제대로 솔솔 뿌려야 모양새가 좋아지듯 제 역할 역시 그런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프로 무대에서 7년을 넘게 배우로 살아가고 있지만, 늘 “신인의 자세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보면 ‘어려보인다’는 말도 종종 듣고 있다며 성장하는 30대 초반 배우임을 각인시켰다.
“대중들이 절 본 건 7년 정도 됐어요. 비중 있는 주역 보다는 작은 역을 계속 하고 있어서 절 신인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물론 이쪽이 한 작품에서 주목을 받으면 신인상을 주기도 해요. 신인상을 타는 선배들을 보면서 이 선배들은 예전부터 잘 해왔는데...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 역시 항상 신인의 자세로 배우고 있어요. 신인의 자세이라고 해도 항상 이 자세 그대로인데 신인이다 아니다 구분하기도 그렇죠. 하하. 드라마에서 유부남 역할로 나오거나 ‘응팔’에선 비슷한 또래의 안재홍 류준열이 고등학생으로 나온 것과 달리 전 어른 역할로 나와서 같은 또래라고 하면 놀래기도 해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보면 드라마에서 보단 어려보인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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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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