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도지사의 지역 정당 ‘도민우선(퍼스트)회’의 지지세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을 누르고 전체 의석의 과반 넘게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NHK와 교도통신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시행된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도민우선회는 49석을 얻어 제1당을 차지했다. 도민우선회와 선거협력을 하기로 한 공명당은 23석, 도민우선회가 추천한 무소속 후보은 6석을 획득했다.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는 나머지 세력 등을 모두 합하면 도민우선회 지지세력이 총 79석을 획득했다. 전체 의석인 127석 중 과반인 64석을 압도적으로 넘는 기록이다. 반면 집권당인 자민당의 의석은 기존에 보유한 57석에서 23석으로 대폭 줄었다.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고이케 지사는 “도민의 눈높이에서 진행해 온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고 감동과 함께 책임의 무게를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이날 선거 결과로 ‘사학 스캔들’에 시달리는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 등 추진 중인 현안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때 60%를 넘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최근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 총리의 영향력이 들어갔다는 의혹으로 36%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나 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만나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결속해 정책을 중시하는 정권 운영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집권당이 자민당의 사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간사장 대행도 이날 선거 결과를 본 뒤 “국정 문제로 큰 역풍이 불어 엄격한 결과가 나왔다”며 “향후 겸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정국의 향방을 가늠하는 일종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올해 지방선거 이상의 의미를 가진 올해 일본 정계 최고의 행사로 주목받아온 바 있다.
도민우선회는 이날 승리로 기초지방자치단체 선거에도 후보를 낼 수 있고, 기존 정당에서 이탈한 국회의원들이 합류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수도 있어 집권 자민당 소속인 아베 총리의 앞으로 정권 운영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상언 인턴기자 sangun.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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