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3일 자유한국당의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두 달 만에 이뤄진 정계 복귀다.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며 큰 위기를 겪다가도 늘 재기에 성공했던 홍 대표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의 인생을 되짚어봤다.
홍 대표는 1954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영남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거쳐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재다.
검사로 임명된 이후에는 화려한 명성을 쌓았다. 서울지검 강력부에 재직 중이던 1993년에 수사했던 ‘슬롯머신업계 비호세력 사건’이 대표적이다. ‘6공 황태자’라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 등 권력 실세들을 구속시키는데 성공했고,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 ‘모래시계’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가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은 1996년이다. 15대 국회에 신한국당 공천으로 입성해 18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한나라당에서는 2008년 원내대표와 2011년 당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화려하기만 했던 검사 시절과 달리 정치인으로서는 위기가 끊이질 않았다. 한나라당 대표로 재임하던 2011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공격한 ‘디도스(DDOS) 사건’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곧이어 진행된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낙선하며 ‘정계를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으나 오뚝이처럼 되돌아왔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김두관 경남지사의 중도 사퇴로 같은 해 12월 보궐선거로 경남지사에 당선된 것이다. 경남지사 임기 중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2015년 고(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가 문제였다. 당시 뇌물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아직 사건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1심 유죄, 2심 무죄를 받고 대법원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무너질 것 같았던 홍 대표가 되살아난 것은 지난 대선 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궤멸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선전하는 모습을 보인 덕분이다. 그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보수 진영이 분열된 상태에서 치른 선거에서 24.03%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대선 레이스 초반의 한 자릿수 지지율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초대 한국당 대표가 된 그는 앞으로도 수많은 가시밭길을 헤쳐가야 한다. 당내 주류로 평가되는 친박계와의 사이가 최악인 상황에서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통 싸움과 제1야당으로서의 여당 견제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탓이다.
또 다시 어려움 앞에 놓인 홍 대표다. 과거처럼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인생 최초로 어려움 앞에 굴복하게 될지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홍 대표는
△1954년 경남 창녕 △영남고 △고려대 행정학과 △사법고시 24회 △청주·부산·울산·서울·광주지검 검사 △15·16·17·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당대표 △35·36대 경남지사 △제19대 대선 자유한국당 후보 △자유한국당 선출직 초대 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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