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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프로야구 망치는 KBO의 '동업자정신'

문화레저부 양준호 기자





지난해 승부조작으로 떠들썩했던 프로야구가 이번에는 구단 사장과 심판 사이에 오고 간 부적절한 현금거래 파문으로 시끄럽다. 술자리에서의 시비 탓에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최규순 전 심판의 전화에 김승영 두산 베어스 사장은 개인계좌를 통해 300만원을 송금했던 것이 지난 2013년 10월의 일이다. 문제는 LG와의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의 송금이었다는 것. 최 전 심판은 이 경기 주심으로 배정됐고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추문으로 의심받기 충분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관련 의혹이 제기된 후 7개월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비공개 조사를 한 끝에 올 3월 “최 전 심판의 개인갈취일 뿐 승부조작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고만 내리는 데 그쳤다. 이 모든 사실이 2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야구 팬들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야구계에는 도박에 빠진 최 전 심판이 여기저기 돈을 빌리고 다닌다는 소문이 이미 파다했음에도 KBO는 복수의 구단이 관련됐을 가능성과 승부조작까지 연결됐을 위험을 ‘자체조사’로 얼른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체조사라는 것은 각 구단 관계자를 불러 금전거래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아니나다를까 3일에는 넥센 히어로즈도 최 전 심판에게서 두산과 비슷한 급전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KBO는 문제의 근원을 도려내기보다는 리그의 파행을 막기에 급급했다. 문제의 최 전 심판을 ‘건강상의 이유’로 퇴출했을 뿐 추문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커녕 사실상 그에게 면죄부까지 줬다. 리그 일정이 파행을 겪더라도 썩은 부분을 투명하게 도려내겠다는 단호한 자세가 1,0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의 야구 팬들을 대하는 기본적인 도리임이 분명한데 KBO는 그러지 못했다.

이처럼 비틀린 의식은 비단 야구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나온 심판 매수 사건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승점 9점 감점과 벌과금 1억원으로 너무도 간단하게 결론 내렸다. 전북 현대 구단의 스카우트가 심판에게 총 500만원을 건넨 사건인데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박탈과 비교하면 솜방망이 수준이다. 해당 스카우트는 지난달 전북 구단 홈구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동업자정신이 가장 큰 문제다. 소속팀은 다르지만 선후배 관계로 얽힌 선수들은 물론이고 구단들과 KBO의 관계에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프로스포츠의 발전을 선도해야 할 협회까지 부패한 동업자정신에 물들어있음이 이번 KBO의 행태를 통해 확인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경기는 계속돼야 한다’는 잘못된 동업자정신이 우리 프로스포츠를 망치고 있다.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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