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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쌈 마이웨이’ 男女부터 父母의 ♥..‘이토록 따스한 작품’

남녀 간의 사랑, 혹은 기성세대의 애환이 결코 따로 놀지 않는다.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극본 임상춘, 연출 이나정 김동휘)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어울림과 관계의 미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쌈마이’가 자랑할 만한 따스한 감성이다.

/사진=KBS2 ‘쌈 마이웨이’ 방송 캡처




‘쌈 마이웨이’가 종영까지 단 4회를 남겨두고 있다. 해당 드라마는 부족한 스펙 탓에 마이너 인생을 살아가지만, ‘마이웨이’를 걷는 청춘들의 골 때리는 성장로맨스를 그려왔다. 네 명의 청춘 고동만(박서준 분), 최애라(김지원 분), 김주만(안재홍 분), 백설희(송하윤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이들의 사랑과 성장통을 함께 다뤘다.

동만과 애라는 소꿉친구에서부터 미묘한 ‘썸’, 그리고 현재의 연애까지 오래 알고 지내던 남녀 사이가 겪을 수 있는 과정을 때론 달달하게, 때론 유쾌하게 표현했다. 주만과 설희 역시 6년간의 오랜 연애에 장예진(표예진 분)이 끼어들고, 삼각관계의 위기가 찾아오면서 점차 이별에 처하는 심정을 솔직 담백하게 그렸다.

동만은 라이벌 김탁수(김건우 분)에게 자극 받아 격투기 선수로 활약하는 중이다. 애라는 거듭된 아나운서 시험 탈락에 좌절한 상황에서 동만의 경기장을 찾고서 케이지 아나운서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홈쇼핑회사 대리 주만은 국내 굴지 족발 체인 집안의 딸 예진과 엮이며 화려한 삶에 야망을 갖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좋은 엄마’가 꿈인 설희에게는 상처가 되고 만다. 현재 동만과 애라는 자신의 꿈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지만, 주만과 설희는 이들의 이별만큼이나 그 꿈이 다소 어긋난 상태다.

여기까지만 다뤄졌다면 보통의 로맨스 드라마와 다를 바 없을 터. 한국 드라마가 자주 하는 실수로 ‘기-승-전-사랑’의 전개상 오류가 있다. 현대극이든 사극이든 장르물이든 거창하고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결국 주인공 남녀 간의 사랑으로 초점이 모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쌈 마이웨이’는 등장인물들의 꿈과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애틋한 관계까지 섬세한 비율로 담아내고 있다.

앞선 방송에서는 예비 시댁 식구들에게 무시당하는 딸 설희를 향한 금복(이정은 분)의 모성애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먼저 붉혔다. 처음 그런 광경을 발견한 금복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 당장에라도 설희를 데려오고자 했지만, 속을 삭이며 주만에게 “우리 설희 그저 많이 예뻐해 달라”는 문자를 남겨 설희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애라와 아빠 최천갑(전배수 분)의 에피소드도 짠내를 폭발시켰다. 지역 행사 MC를 준비하던 애라가 혜란(이엘리야 분)의 계략으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자 천갑은 “타짜가 민화투 치는 할매들 판에서 설치면 안 되는 거 아녀? 너는 타짜여. 저만한 무대는 아빠가 성에 안 차. 너는 성에 차?”라며 “다음 무대에는 삼팔선 넘어서라도 가겠다”고 담담히 애라를 위로했다.



/사진=KBS2 ‘쌈 마이웨이’ 방송 캡처


27일 방송에서는 동만네 부자가 안방극장을 가슴 저릿하게 만들었다. 고형식(손병호 분)은 출장 차 서울에 왔다가 동만의 트레이닝복 차림에 “장가 안 갈거냐? 처자식 먹여살릴 궁리하는 놈이면 악착같이 뭘 덤벼도 덤볐을 거다. 넌 생각이나 계획이 없냐”고 쏘아댔고, 동만은 “나한테 아버지처럼 살라고 하지 마라. 죽을 똥 싸면서 나 같은 놈 또 만들어야하나 잘 모르겠다. 걔가 ‘흙수저’라고 나 원망할까봐”라고 형식에게 비수를 꽂았다.

이후 동만은 아버지가 영업 부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고, 그날 저녁 아버지에게 “격투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할 줄 알았던 아버지는 “나는 하고 싶은 걸 못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너는 그러지 말아라”라며 동만을 격려했다.

설희와 엄마, 애라와 아빠, 동만과 아빠의 사연은 현 시대 ‘흙수저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어 더욱 뭉클하고 애잔하다. 팍팍한 삶 속에서 자식들이 거창한 꿈을 키우지 못하는 것이 당신들의 탓이라 자책하는 이들은 그저 자식에게 진심어린 응원의 말밖에 전할 길이 없다. 설희, 애라, 동만 역시 그러한 부모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더 크게 화내기도 하고 설움을 삼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모습은 곧 ‘우리들’ 개개인을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연대해 대입해볼 수 있다. 그렇기에 더 큰 공감과 눈물을 자아낸다. ‘대물림되는 흙수저’ 현상을 알면서도 당장에 이를 바로잡을 수 없기에 더욱 짠한 고통으로 심장을 후벼 판다. ‘쌈 마이웨이’ 주인공들은 과거 혹은 현재의 자신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들의 바람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정서로 바라보면 더 깊이 와 닿을 드라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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