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퇴근길, 자주 가던 집 근처 커피숍을 들렀는데 불 꺼진 가게 문 앞에 붙여진 하얀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추억이 가득했던 그 커피숍은 그렇게 어제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 3일 국세청에서 발간한 ‘2017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전년도 기준 신규 사업자는 120만명,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91만명이었다. 그중 소상공인의 창업 후 5년간 평균 생존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이토록 생존율이 낮은 것 중 하나는 시장 안에서 과밀업종 간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창업 과밀업종을 지정하고 내년부터 창업자금 대출에 가산 금리를 부여하거나 융자지원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외에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소비자의 니즈는 다양해졌고 특별함이 가지는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과밀업종을 창업할 때는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이나 얼마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과밀업종 중 하나인 커피숍을 보자. 이들 중에는 스페셜티라는 고급원두를 사용하거나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곳들이 있다. 독특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 이런 투자는 무모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특별함’은 결국 생존기간을 늘리고 수익을 높이는 놀라운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치열한 창업시장 속에서도 과밀업종 가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공급자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재화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이 낮은 가성비 전략을 세우거나 비싸더라도 고급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심각한 경쟁 속에 가격 인상이 녹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방문한 협동조합에서는 이러한 가격경쟁을 돌파하기 위해 똑똑한 방법을 택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부산에 있는 ‘부산커피협동조합’이라는 곳으로 고급원두의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조합원들은 맛의 고급화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까지 높였다. 이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협동조합 컨설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보완할 수 있었다. 소자본 창업으로 성공을 꿈꾸는 예비 사업자들을 위해 공단에서는 과밀업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특정 과밀업종에만 한정되는 성공전략이 아니라 예비창업자라면 누구나 귀 기울여야 할 정보다. 그러나 더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열정과 도전정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있다면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방향성을 금세 찾아갈 수 있지만 이것이 없다면 할 수 없다. 과밀업종이라도 과감하게 무릅쓰고 갈 수 있는 ‘도전정신’ 바로 그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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