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6일 오전1시까지 이어진 이 부회장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서는 정황 증거로 채택해 간접 사실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다만 수첩에 기재된 내용대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대화했다는 진술 증거로서의 증거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수첩은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뒤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을 빼곡히 기록한 총 56권짜리 업무수첩이다. 수첩에는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빙상·승마 지원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수첩은 안 전 수석 본인의 재판에도 정황 증거로 채택됐다.
안종범 수첩이 직접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 측에 한층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호인단은 “수첩은 자리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중에 전해 듣고 작성했다”며 “전달·청취·기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부정 청탁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과 뇌물 합의가 이뤄진 점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안종범 수첩은 가장 강력한 증거”라면서 “다른 재판과 마찬가지로 수첩이 증거로 채택됐고 독대 전 작성한 대통령 말씀자료 등이 강력한 간접 증거들로 확인되면 공소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