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메시와의 재계약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습니다. 이번 발표는 바르셀로나 팬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 회장은 지난 5일 리오넬 메시(30·아르헨티나)와의 재계약 합의를 발표하며 한껏 자랑스러워했다. 내년 계약만료를 앞뒀던 메시는 오는 2021년까지 4년 더 바르셀로나에서 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년 옵션도 있어 실제 계약기간은 2022년까지일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메시는 세계 축구사에 가장 위대한 ‘원 클럽 플레이어’로 남을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
원 클럽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프로 데뷔 후 은퇴할 때까지 오로지 한 팀에만 몸담는 충성스러운 선수다. 메시는 2022년이면 서른다섯이다. 은퇴를 생각할 나이다. 다른 팀에서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바르셀로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바이아웃을 걸어놓았다. 다른 팀이 메시를 데려가려면 3,00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최소 이적료로 제시해야 한다. 메시가 열네 살이던 2001년, 유소년팀에서 시작된 바르셀로나와의 인연은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 20년 넘게 이어질 게 확실해 보인다.
바르토메우 회장의 발표 중 “세계 축구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는 대목은 꼭 맞는 말은 아니다. 다른 리그와 다른 팀 팬들에게는 아쉬움 가득한 소식이다. 상당수 축구 팬은 메시가 한 번쯤 다른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스페인에서 이미 정규리그 우승 8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를 이뤘고 축구선수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도 5차례나 탔으니 그런 갈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에서도 ‘메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가도 리그를 평정할 수 있을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통할까’ 등이 팬들의 오랜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이변이 없는 한 상상으로만 답을 내야 할 것 같다.
메시가 이적에 가장 가까이 갔던 것은 지난해 이맘때였다. 코파 아메리카(남미선수권) 결승에서의 승부차기 실축과 탈세 스캔들로 복잡한 심경이던 메시는 옛 스승인 주제프 과르디올라가 지휘하는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로 옮기고 싶어 했다. 바르셀로나는 회장과 부회장이 직접 나서 그런 메시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당시 맨시티가 바르셀로나에 전달하려고 준비한 이적료는 1,900억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의 ‘시세’는 훨씬 더 높아졌다.
바르셀로나 구단에 대한 메시의 마음은 각별하다. 계약관계로만 얽힌 단순한 소속팀이 아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메시는 “바르셀로나는 내 자아가 형성된 곳”이라고 고백했다. 여덟 살 때 고향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의 뉴웰스 올드보이스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메시는 7년 뒤 바르셀로나로 건너갔다. 메시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에 친구들과 가족 일부를 두고 떠나는 게 굉장히 괴로웠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의 첫해에 나는 무척 수줍음을 잘 타고 조용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는 그는 “그해 부상도 당해 엄마와 누나는 나를 고향으로 다시 데려가기로 다 얘기가 끝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소년 메시는 한 번 더 버텨보겠다고 가족에게 선언했고 그 결정이 지금의 ‘축구황제’ 메시를 만든 셈이 됐다. 잘 알려졌듯 바르셀로나는 성장호르몬 장애를 갖고 있던 어린 메시에게 치료비 전액지원을 약속하는 등 세심한 배려로 메시 측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6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새 계약에 따라 메시가 1주일에 받는 주급은 50만파운드(약 7억4,500만원)에 이른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583경기 507골을 터뜨린 메시는 “바르셀로나는 항상 내게 모든 것을 주는 곳”이라고 말해왔다.
축구사에 원 클럽 플레이어는 레프 야신(디나모 모스크바), 프랑코 바레시(AC밀란), 파올로 말디니(AC밀란),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 등 꽤 많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는 원 클럽 플레이어를 유독 많이 배출한 팀이다. 카를레스 푸욜은 2014년까지 15시즌을 바르셀로나에서만 뛰었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도 바르셀로나에서의 16시즌째를 앞두고 있다.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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