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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스테이지]"전통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소리 만들어…세계가 알아봐줬죠"

<'우리 음악의 자기 진화' 산증인 월드뮤직 그룹 '공명'>

악기·주법 개량으로 데뷔 초부터 각광

다양한 장르 경험하며 퍼포먼스도 갖춰

여우락 페스티벌서 20주년 기념 무대

"음악감독으로서 역할도 기대해주세요"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은 월드뮤직 그룹 공명. 왼쪽부터 리더 박승원(기타·피리·태평소), 임용주(북·카혼·젬베), 송경근(대금·소금·디저리두), 강선일(장구·하모니카). /권욱기자




어쩌면 가장 식상한 섭외일지도 몰랐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여우락 페스티벌(7~22일)’을 앞두고 인터뷰할 단 한 팀으로 공명(共鳴)을 택한 것이 말이다. 월드뮤직 그룹 1세대 공명은 박승원(기타·피리·태평소/이하 담당 악기), 송경근(대금·소금·디저리두), 강선일(장구·하모니카) 등 추계예술대 국악과 동기들이 뭉친 팀이다. 2010년부터 원년 멤버 조민수 대신 합류한 ‘젊은 피’ 임용주(북·카혼·젬베)를 제외하곤 함께 울린 지 꼭 20년이 됐다. 데뷔 초부터 언론은 물론 해외 무대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이들이다.

하지만 20년간 이들은 단 한 번도 식상했던 적이 없다. 여우락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은 원일 감독은 “‘우리 음악의 자기진화’라는 이번 축제 주제를 몸소 보여주는 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공명은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창작과 재구성을 거듭하며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냈고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 오르며 초·중등 교과서에도 소개됐을 정도로 이미 잔뼈가 굵은 팀이다.

‘여우락 페스티벌’ 준비에 한창인 4명의 공명 멤버를 서울 청계천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야기는 주로 리더인 박승원이 했지만 멤버들은 이심전심인듯했다. 20년간 맞춰온 그들만의 호흡과 언어가 작동하는 탓일 것이다.

첫 질문은 ‘공명의 진화’였다. 20년간 이들이 만들어온 정체성은 무엇이냐는 것. 리더인 박승원이 운을 뗐다. “처음엔 타악그룹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대나무로 만든 악기 공명을 선보이며 서양 음악의 리듬이 가미되자 우리 음악을 ‘퓨전 음악’이라고 하더군요. 왠지 동서양을 짬뽕한듯한 느낌이 싫어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어요. 수식어는 언제든 바뀔 수 있겠죠. 중요한 건 국악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한다는 거예요.”

네 사람의 호흡이 찰떡궁합처럼 맞는 것도 악기 만드는 재미와 재주를 공유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박승원의 말대로 공명은 자기만의 소리로 독특한 앙상블을 만들어 내며 세계 속의 우리 음악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오랜 역사의 국악기를 연주할 때도 이들은 기존의 방식대로만 연주하지 않는다. 강선일은 “기존 악기로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별의별 소리를 다 내보게 되는데 이걸 다른 악기로 해보고 싶어진다”며 “그러다 보면 악기를 개량하거나 다른 주법으로 연주하게 되고 때론 전혀 새로운 악기를 발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악기 만드는 재주가 정평이 난 덕에 2015년에는 ‘통일피아노’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현재는 도라산역에 전시 중이다.

공명은 콘서트는 물론, 연극, 뮤지컬, 무용, 영화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다. 박승원은 “연극 ‘레이디 맥베스’에 참여했다가 한태숙 연출에게 혹독한 연기 지도를 받았던 적이 있다”며 “당시에는 뮤지션인 우리에게 지나친 요구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때 배운 퍼포먼스 능력이 다양한 해외 무대에서도 좋은 재료가 됐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극적인 연출을 자유자재로 하는 이들의 모습은 다양한 무대에서 호응을 얻었고 쟁쟁한 뮤직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계기가 됐다. 올해도 이들의 해외 일정은 빡빡하다. 여우락 축제 직후인 29일에는 벨기에 스핑크스 믹스드 페스티벌(SFINKS Mixed Festival)에 참가하고 9월에는 일본 3개 도시 투어 공연에 나선다. 또 10월에는 대만 World music Festival에 초청됐다.

공명은 8년 전 첫 여우락페스티벌에 출연했던 인연도 있다. 이들의 20년이 기적처럼 느껴지듯 여우락 페스티벌이 지금까지 건재하다는 사실에 이들은 뿌듯함을 느낀다. 매년 뮤직 페스티벌의 각축전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여우락페스티벌은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우리 음악을 여름의 주인공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승원은 “우리 음악의 현대화라는 목적에 얽매일 게 아니라 여우락 페스티벌은 각종 음악 장르에서 날고 기는 이들이 나와서 힘겨루기를 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처음으로 음악감독 역할을 맡았는데 조금은 우리 기대대로 팀을 꾸리는데 일조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이달 15일 국립극장 KB하늘에서 열리는 공명의 무대에서는 ‘공명유희’ ‘통해야’ 등 초창기 음악 위주로, 특히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 위주로 선보일 계획이다. 영화 ‘해어화’ 등의 음악에 참여했던 작곡가이자 공명 1집 ‘통해야’와 2집 ‘어느 날 목이 긴 기린의 꿈을 꾸다’의 편곡자로도 인연이 깊은 이병훈 씨가 편곡자로 참여한다. 임용주는 “현악기와 시원한 금관악기 편성으로 18명 규모의 빅밴드를 편성해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줄 예정”이라며 “특히 브라스와의 조합은 이번이 처음인데 팬들에게도 새로운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20년간 이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쟁쟁한 뮤지션들이 탄생했다. 공명은 전통을 베이스로 락 장르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잠비나이’나 국악계와 재즈계의 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블랙스트링’, ‘보는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선보일 ‘무토’ 색소포니스트 신현필과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가 함께 꾸미는 ‘74스테이지’ 등을 이번 페스티벌 기대작으로 꼽았다.

다양해진 무대에 이들도 신이 났다. 전통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음악에선 선구자적 노력으로 대중화에 성공하거나 저변을 넓히는 게 쉽지 않은데 선배 뮤지션들이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간다면 우리 음악을 공부하는 이들이 악단에 들어가고 교수가 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받아들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이번 무대는 그 가능성을 입증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웃음)” (송경근)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월드뮤직 그룹 공명 인터뷰/권욱기자


월드뮤직 그룹 공명 인터뷰/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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