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의 거침없는 직진사랑이 무척이나 솔직하면서도 결국 ‘커플 브레이커’의 역할을 해 주만과 설희의 6년 연애에 위기를 가져온다. 그것이 예진만의 ‘마이웨이’다. 하지만 예진도 한편으로 가슴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설희가 있음에도 자신에게 여지를 주고, 설희와 헤어졌음에도 그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만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얄궂지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는 이 캐릭터가 표예진의 천진난만한 색깔로 각인됐다.
실제 표예진은 어떨까. 최근 서울경제스타와 만난 그는 만면에 해맑은 미소가 가득한 1992년생 20대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슴 아픈 (장)예진은 잠시 벗어두고, 진짜 (표)예진의 길을 들어봤다.
-‘쌈 마이웨이’ 반응이 매우 좋다.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도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기회가 생겨서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극 중 주만, 설희와 삼각관계를 이뤘는데,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현장에서 하윤언니, 재홍오빠와 무척 화기애애하게 촬영했어요. 설희 언니는 되게 섬세한 것 같고 정이 많고, 연기에 있어서 열정도 많으세요. 한참 감정이 격해지는 신을 촬영하다가 서로 눈물이 글썽 글썽한 채로 얘기를 나누곤 했어요. 재홍오빠는 딱 주만 캐릭터 같아요. 재미있으시고 너무 센스 있으세요.(웃음)”
-주만과 설희 사이를 파고들면서 ‘얄밉다’는 반응이 많았다. 속상하진 않았는지?
“그게 예진의 역할이니까 저는 크게 영향을 안 받기는 했는데, 예진이 편이 저밖에 없는 것 같았어요. 최근 방송을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불쌍해서요. 주만의 차가운 말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까지 예진이 한 행동들에서 모두 설희를 봤다’고 하니까요. 너무 큰 충격을 받았죠.”
-예진이 해맑고 귀여운 인물이기도 하지만, 결국 악역 아닌 악역이더라.
“사실 나쁜 애는 아닌데, 주만과 설희 사이에 위기를 조성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더라고요. 대본에 나오는 대로 연기를 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갑자기 드라마가 화제가 되니까 놀라기도 하고 신기했죠. 주만-설희 커플이 화제가 되다보니 저까지 화제가 된 것 같아요. 동생과 친구들이 많은 댓글들을 보내주더라고요. ‘진짜 많이 보시는구나’ 싶었죠. 그 분들이 저를 환영할 수 없는 입장인 걸 저도 공감했고요.”
-주만의 입장이 되어 보자. 버젓이 여자친구가 있는 주만이 어떻게 예진에게 빠져들었을까?
“처음에는 호감이었을 거예요. 예진이는 회사 생활도 처음이고 복사기도 다룰 줄 모르는데, 구세주처럼 다정하게 대신 처리해주다보니 보호본능에서 호감이 커진 것 같아요. 그리고 예진은 주만에게서 반응이 없으니까 호기심이 더 생긴 것 같고요. 그럴수록 감당이 안 될 만큼 좋아하는 감정이 커진 것 같아요.”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를 짝사랑하는 캐릭터, 감정 이입하기 쉽지 않았겠다.
“처음 오디션 때는 이런 뒷이야기는 몰랐고, 예진이의 밝은 모습만 알았어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예진이를 이해해야 했죠. ‘디졸브’나 ‘더 좋아해요’라는 예진이만 할 수 있는 생각과 말들이 있는데, 그런 고민이 생길 때마다 ‘얘가 왜 이럴까’ 생각했죠. 얼마나 대리님(주만)이 좋으면 그랬겠어요. 사랑에 서툴지만 예진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이었던 거죠. 그 마음을 생각했어요.”
“예진이도 큰 걸 바라지 않잖아요. 아무리 대리님이 예진이를 거절한다고 해도 예진이도 상처를 받았잖아요. 카페에서 설희에게 물도 맞고. 대리님에게 ‘내가 기다릴게요. 괜찮아요’ 말하면서 굴하지 않는데, 그런 모습들은 비슷하게나마 많이들 겪어보셨을 거예요.”
-‘쌈 마이웨이’만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되게 현실적인 부분이 있어요. 연애에 있어서도 그렇고, 엄마 아빠와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누가 봐도 ‘내 얘기’ 같잖아요. 꿈을 향해 가는데 현실에 부딪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감정이입하고, 부모님 에피소드에 울기도 하면서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실제 표예진은 애라와 설희 중 어떤 인물과 비슷한가?
“원래 저는 애라(김지원 분)와 비슷해요. 꿈을 찾아가는 것도 공감되더라고요. 주만이와의 연애에 있어서 설희의 마음도 여자로서 되게 공감됐어요.”
-평소의 표예진은 어떤 사람인가?
“저는 편한 게 제일 좋아서 평소에는 편하게 입고 다녀요. 시간 나면 친구들과 동네 앞에서 커피 마시는 거 좋아하고요. 제 또래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웃음)”
-항공서비스과를 전공하고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
“학과를 졸업하고 승무원 일을 하다가 더 잘 맞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고민 끝에 제 성격과 잘 맞을 것 같은 게 연기더라고요. 무작정 해보고 싶으니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는 그 답이 ‘연기’였어요. 지금까지 다행히 잘 맞고 잘 선택한 것 같아요. 물론 승무원도 잘 맞기는 했어요. 사람도 많이 만나고 새로운 곳도 가는 게 좋았거든요. 그런데 같은 일을 반복하고 제 감정을 숨겨야 하다 보니 답답했어요. 저는 숨기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서비스업이 잘 안 맞았던 거죠. 저는 취미도 활동적인 걸 좋아해요. 원래 등산을 한창 하다가 이제 여름이 왔으니 수상스키로 바꾸려고요.”
-실제로 ‘쌈 마이웨이’를 실천하고 있는데, 20대에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배우로서 오히려 좋을 거 같아요. 경험이 쌓일 테니까요. 아직 시작이어서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예진이가 드라마 같은 캐릭터였다면, 현실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청춘물도 해보고 싶고요. 영화나 드라마들을 볼 때마다 다 하고 싶더라고요. 하윤언니, 재홍오빠에게도 배우고 있어요. 제가 연기를 하기 직전에 영화 ‘장화, 홍련’을 보고 임수정 선배님의 역할을 되게 좋아했어요. 5번 넘게 봤을 만큼이요. 수미(임수정)처럼 뭔가 트라우마가 있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장르와 배우는?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 좋아요. 예술 영화도 좋아해요. 최근에는 ‘박열’을 인상 깊게 봤어요. 이준익 감독님은 꼭 만나보고 싶은 분이에요. 좋아하는 배우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에디 레드메인이요. 수수한 느낌이 나는 배우를 좋아해요.”
-이번 작품 ‘쌈 마이웨이’를 하면서 스스로 얻은 점이 있다면?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감사한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더 적극적이 됐던 것 같아요. 언니(설하윤) 오빠(안재홍)와 의견도 많이 나눴고, 능동적으로 고민도 많이 하고 치열하게 보냈던 시간이었어요. 여태까지 중에 가장 푹 빠졌던 작품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작품을 하면서 저 나름대로 예진이를 최대한 이해 시켜보고자 많이 노력했어요. 애정도 많이 쏟았고요. 그만큼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부분에서 다들 공감 해주셔서 좋았어요. 끝까지 잘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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