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정우(28)씨는 지난주 말 여자친구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았다가 배달 오토바이와 부딪혀 다리를 다쳤다. 공원·인도 등에서 이륜차 운행은 금지돼 있다. 김씨는 “배달 오토바이가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와 미쳐 피할 틈도 없이 부딪혔다”며 “공원에 아이들도 많은데 배달 오토바이 지나가는 걸 보면 겁이 난다”고 말했다.
공원이나 유원지·인도 등에서 배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 곡예운전이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사고는 1만3,000건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륜차 사고는 2013년 1만433건에서 2014년 1만1,758건, 2015년 1만2,654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륜차 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9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동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신종 이동 수단도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이륜차다. 직장인 김태성(40)씨는 “킥보드는 별다른 소리가 없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다”며 “공원에 아이들과 자주 오는데 올 때마다 겁이 난다”고 말했다.
신종 이륜차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국토해양부와 행정자치부·경찰청은 지난해 5월 전동킥보드 등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2인용 개인 이동 수단도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8일 관련 규정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모든 이륜차의 법규 위반을 단속하기 어려운 만큼 솜방망이 수준인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운전자 스스로 법규 위반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배달 오토바이가 인도에서 운전하다 적발되면 처벌은 벌금 4만원과 벌점 10점에 불과하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운전자가 인도주행은 큰 문제라는 인식을 갖도록 범칙금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전동 휠과 킥보드 등 신종 이륜차의 등장에 맞춰 주행속도와 안전장비 착용 의무 등 안전기준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우인·이두형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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