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은 사회운동이 아닌 ‘사회 경쟁력’의 문제입니다.”
소재향(55·사진) 세계은행 국장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 평등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 몇 명이 어떤 혜택(benefit)을 받았느냐’ 등 양적 보상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제대로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못했을 때 빚어지는 사회적 손실 등) ‘사회 경쟁력’의 관점에서 양성평등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 국장은 2014년 한국인 여성 최초로 세계은행 고위급에 해당하는 국장(양허성자금 국제협력부)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달 초부터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 실현을 위해 유엔과 협력을 추진하는 본부에서 여성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소 국장은 국제무대에서 여성 고위직으로 활약하며 각종 성 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해온 공을 인정받아 이달 7일 성 평등 진흥 유공자로 선정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소 국장은 인터뷰에서 세계은행의 여성 인력 정책을 소개하며 양성평등에 대한 소신을 풀어냈다.
그는 “세계은행도 현재 38%에 머물러 있는 여성 비율을 오는 2022년까지 50%로 높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여성 내각 30% 공약을 내세운 한국 정부 발표도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순히 정량적 목표를 내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것 못지않게 조직 내에서 포용적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세계은행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성 직원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해 직원을 대상으로 갖가지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잠재적 편견에 대한 교육(unconscious bias training)’ 등이다. 내용이 동일한 이력서를 성별·국적·인종 등 조건을 달리해 각 실험군에 주고 점수를 매겨보라고 지시한다. 같은 내용의 이력서를 놓고도 성별·국적·인종 등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자신의 판단에 작용하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교육방식인 셈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지난 30여년간 남녀 직원의 보수와 성과, 임금 상승 차이와 원인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급여 등 단순한 경제적 보상 측면에서 나아가 남녀에게 주어지는 ‘일자리 질’의 차이에도 주목할 계획이다.
소 국장은 “누구나 ‘비저빌러티(visibility, 가시성·전망)’가 높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며 성별 등 다른 외적 조건이 능력을 펼치는 데 어떤 장애 요소가 되는지도 살핀다는 구상이다.
‘자녀 양육=여성의 몫’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양육의 주체가 가족 전체(extended family)로 확장될 수 있도록 각종 출산·육아 지원 제도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소 국장은 “출산·육아 휴가를 늘리는 동시에 남성과 여성의 휴가 일수를 동일하게 할 필요도 있다”며 “특히 부성휴가(아빠 휴가·paternity leave) 확대는 여성의 경력 개발 지원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도 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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