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단교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이 본격적으로 갈등의 한복판에 뛰어들며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국가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당장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 방문해 셰이크 알타니 카타르 외교부 장관과 만나 “나는 미국과 카타르 두 나라가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그러면서 “카타르는 자신들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고수해왔다”며 “나는 그것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틸러슨 장관은 카타르 사태 해결의 첫 일정으로 쿠웨이트에 도착한 뒤 영국·쿠웨이트와 함께 사태 해결에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으며 향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걸프 지역과 강한 유대가 있다.
지난달 5일 시작된 단교 사태는 결말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사우디·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 등 수니 4개국은 카타르에 대해 △이란과의 교류 금지 및 이란공관 폐쇄 △헤즈볼라·무슬림형제단·알카에다·이슬람국가(IS) 지원 금지 △터키와의 군사협력 중단 △국영 알자지라 방송 폐쇄 등 13개 항의 외교관계 복원 조건을 전달했지만 카타르는 이를 일축했다.
더욱이 이날 CNN이 카타르 단교사태의 원인이 된 문서를 공개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2013년 11월 카타르가 사우디 등 걸프협력회의(GCC)의 나머지 5개 회원국과 맺은 이른바 ‘2013 리야드 협약’을 공개했다. 문서에 따르면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 알타니는 이슬람주의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관련 인사들을 카타르에서 추방하겠다고 GCC 회원국 정상과 합의했다. 하지만 카타르가 협약 이행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사우디 등이 격앙된 것으로 전해졌다. 걸프 4개국은 공동성명에서 “공개된 리야드 협약서로 카타르가 자국의 약속과 맹세를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카타르 정부 측은 “리야드 협약의 정신을 어긴 쪽은 사우디와 UAE”라며 “전체를 읽어보면 협약의 정신은 명확한 기본 틀 안에서 GCC 정부가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장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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