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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위 원로 간담회] "증세 없이는 복지 불가능...세금 제대로 쓰면 저항 없을 것"

文 집무실 광화문 이전 말고 靑비서동만 옮겨도 충분

국정방향 잘 잡아 30년 내다보는 국가 비전 만들어야

김진표(가운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원로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승(왼쪽부터) 전 한국은행 총재, 김호기 자문위원, 김진표 위원장, 남재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 최영애 서울시 인권위원장. /권욱기자




“‘친노동이자 친기업 정부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매우 긍정적입니다.”(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2일 사회·경제계 원로들을 초청해 문재인 정부가 5년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약 1시간 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원로들은 문재인 정부가 설정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조언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간담회에는 남재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승 전 총재,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최영애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일단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꼽히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박 전 총재는 “일자리 창출은 전 세계적 추세”라며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과 함께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도 이끌어낼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나라의 3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국가 비전이 필요하다”면서 “정치민주화에서 사회민주화로 전환될 시기인데 일자리 창출과 불평등 해소가 사회민주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송 교수는 일자리 정책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노조 양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국정 방향은 상당히 잘 잡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실행방안”이라며 “여유 있는 층, 힘 있는 조직의 양보 없이는 국정과제의 핵심들이 실행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서 “대기업 집단과 강성 노조 간 양보와 합의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증세를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전 총재는 “증세 없이는 복지가 불가능하다. 증세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제대로만 쓰인다면 증세 저항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5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 시리즈와 맥이 같다. 본지 시리즈 기사는 연구개발(R&D) 등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원로들은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도 요구했다. 박 전 총재는 간담회가 끝난 뒤 “부동산 정책을 경기 대책으로 생각하지 말고 집값 안정 정책에 초점을 둬 10년 뒤, 20년 뒤에서 현재 상태로 안정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광화문 시대’ 공약은 긍정적 평가보다는 우려가 나왔다.

남 전 장관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지만 광화문 시대를 내세우며 대통령의 존엄까지 너무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며 “청와대 비서동을 (광화문 청사로) 옮기는 것까지만 해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 발언을 지지하는 얘기도 오갔다.

남 전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 군사적인 부분을 빼고 비군사적인 부분만 추진하면 경제협력밖에 없는데 북한에 대한 퍼주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문 특보가 밝힌 방침을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세미나를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낳았다. /권경원·류호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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