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개입 의혹 중 하나인 ‘박원순 제압문건’을 전면 조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당사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명확한 조사를 촉구했다.
박 시장은 12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제가 가장 큰 탄압을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민주주의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을 제압하겠다는 공작이 가능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이 그대로 실현됐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1월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이후 세금급식 확대, 시립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좌 편향·독선적 시정 운영을 통해 민심을 오도, 국정 안정을 저해함은 물론 야세(野勢)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어 면밀한 제어방안 강구 긴요”라고 적혀 있다. 학부모단체·어버이연합 등 민간단체를 통해 박 시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게 하겠다는 계획도 들어가 있다.
박 시장은 “총체적으로 조사하고 밝혀야 한다”며 “(박원순 제압 문건) 하나만으로도 이전 정부는 물러나야 했다”고 강조했다.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비판하며 ‘지방분권형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시장은 “중앙이 ‘우리가 시키는 것만 하라’라고 하니 지방에선 창조적 행정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며 “지역 주민 등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 지방에서 수많은 실험이 일어나고, 그 실험의 성공이 확인되면 전국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지방분권 철학은 시민을 권력 주체로 내세우는 시민참여 민주주의 실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박 시장은 “시민의 목소리를 행정에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9월쯤 ‘시민 참여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만 16살 이상의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정책을 제안하고, 시장 등에게 질의할 수 있는 웹사이트인 스페인 마드리드 지방정부의 ‘마드리드 디사이드’를 표방한 참여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3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3선 도전 여부는) 시민의 마음에 달렸다”며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일이 아니며, 시민들의 뜻이 필요하다”고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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