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때는 한 집이 200마리도 팔았는데 지금은 시장 전체가 100마리도 못 팔아. 이젠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해.”
초복인 12일 전국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으로 유명했던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은 몸보신을 위해 찾는 이들로 북적여야 했지만 썰렁했다. 이따금 시장을 오가는 사람도 대부분 취재를 나온 기자들과 시장 환경정비 작업을 위해 나온 근로자들이었다. 가마솥더위에 장사도 안 되다 보니 모란시장 개고기 유통상인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한 업주는 모란시장 거리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에게 “사진을 누구 맘대로 찍느냐. 빨리 지우라”고 거칠게 쏘아붙였다.
시장 내 개고기 영업이 이처럼 어려워진 것은 반려동물 급증에 따른 개 식용 반대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성남시와 개고기 유통상인들 간 체결한 개 전시·보관·불법도축시설 철거 등을 담은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도 개고기 판매 위축에 한몫했다. 시장의 한 업주는 “몸보신을 하려는 손님들은 직접 개를 눈으로 봐야 만족하기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며 “손님 발길이 끊기다 보니 힘든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상인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자 성남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비 가림막, 간판, 보행로 등 시장 환경정비를 위해 20억여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이 개 보관장 철거와 업종 전환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시장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초복 특수를 노리던 보신탕집도 울상이다. 모란시장 인근 보신탕집 거리는 점심시간에도 한산했고 그나마 장사가 되는 일부 가게에서도 삼계탕을 찾는 손님이 많았다. 한 보신탕집 업주는 “초복을 맞아 손님이 몰릴 줄 알고 일하는 아주머니를 한 명 더 썼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모란시장 정문에서는 개 도살을 반대하는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의 동물 위령제가 열려 개고기 유통상인들과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모란시장에서 하루평균 220여마리, 한 해 8만마리의 개가 도살되고 있다”며 “도살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격분한 한 개고기 유통상인이 위령제에 난입해 참석자의 멱살을 잡는 등 양측 사이에서 몸싸움과 고성, 욕설이 오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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