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방송된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에서는 처음으로 놀이공원을 찾은 김승현 부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승현은 미안한 만큼 빨리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놀이기구를 같이 타고, 같이 걸어다니면서 손도 잡을 수 있고, 딸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김승현은 이른 아침부터 김밥을 정성스럽게 싸면서 딸과의 나들이를 들뜬 마음으로 준비했다. 염원하던 부녀 커플티도 맞춰 입었다. 딸과 친한 삼촌을 이용해서 수빈이에게 미리 같은 옷을 선물하고 자신도 맞춰입는 비장의 꼼수를 발휘했던 것.
하지만 김승현 부녀의 첫 놀이동산 데이트는 애초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사실 수빈이가 가고 싶었던 곳은 홍대나 가로수길 처럼 평범한 여고생들이 좋아하는 서울의 핫플레이스였다. 설상가상 고소공포증이 있는 수빈이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딸의 취향저격에 실패한 김승현은 놀이기구에 쓸쓸하게 나홀로 탑승하면서 민망하고 서운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김승현은 딸을 위해 놀이기구 대신 편안히 즐길 수있는 공연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이번 선택 역시 실패. 물벼락과 물대포를 맞은 수빈은 머리와 옷이 젖어 짜증이 폭발하고 말았다. 애써 준비해간 김밥도 흠뻑 젖었다. 김승현은 “아빠가 싼 건데 하나만 먹어봐”라며 김밥을 내밀었고 이를 거부는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지며 부녀 갈등은 극에 달하는 듯했다.
김승현은 “오늘 하루인데 아빠 기분 좀 맞춰줄수 있는것 아냐”라며 딸과의 소풍을 열심히 준비했던 만큼 서운한 감정이 폭발했다. 딸 수빈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왜 아빠가 좋아하는 게 나도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지”라며 일방적인 아빠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승현은 딸과의 즐거운 하루를 만들기 위해 본인이 계획한 것들에만 집중하다가 정작 딸의 마음과 기분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것.
한편 밥을 먹지 못한 딸을 위해 인근 음식점을 찾은 김승현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딸이 감춰왔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수빈이 엄마와 워터파크를 함께 간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김승현을 당황시켰다. 미혼부로서 딸을 온전히 책임져왔던 아빠에게도, 커가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더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던 딸에게도 ‘엄마’는 민감한 단어일 수 밖에 없었다.
이어 수빈은 차분히 자신의 속마음을 전했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빠와 삼촌의 엄마, 아빠인데 집에 오면 나만 약간 껴있는 것 같다”며 한부모 가정이면서 조손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빠와 엄마가 있고 같이 사는 소소한 일상의 경험이 부러웠던 수빈은 결핍이 만들어낸 상처들을 가족 누구도 겪어보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외롭고 힘들어했다.
이에 김승현은 안타까움과 죄책감에 눈물을 보이며 “지금의 이런 상황이 당장 빨리 좋아질거라고 생각은 안한다. 시간을 갖고 네 입장이 되서 아빠도 생각 많이 해볼테니까”라는 말로 다정하게 다독였다.
이날 마지막 인터뷰에서 김승현은 “좀 더 딸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자주 만나는게 중요할 것 같다. 그러다보면 차츰 차츰 아빠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가까워지거나 마음을 열지 않을까…”라며 딸의 상처를 보듬고 진짜 아빠로 거듭나기 위한 다짐을 드러냈다.
김승현 부녀의 첫 놀이동산 소풍은 시종일관 롤러코스터를 탄 듯이 아슬아슬했다. 이미 열 여덟의 고등학생이 되버린 딸이 동심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하지만 사춘기 딸이 한부모 가정에서 겪었던 상처와 아픔을 공감하면서 서로의 진심을 나누는 이 날의 시간들은 두 사람이 진짜 아빠와 딸로 거듭나기 위한 뒤늦은 성장통이었다.
‘살림’의 사전적 의미는 ‘한 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로, 한 가정과 집안을 온전히 만들어가는 스타 출연진들의 모습을 통해 살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살림남2’는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55분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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