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의 재판이 주범과 공범 간의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초등생을 직접 살해한 10대 소녀가 연인 관계였던 재수생 공범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공범은 공모를 부인하며 맞섰다.
13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인천지법 형사15부 (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인천 초등생 살해범 A(17)양의 재판에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된 재수생 공범 B(18)양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3일 재판에서 “B양이 사람을 죽이라고 했고 그런 지시를 받아들였다”며 살인교사 의혹을 제기한 A양을 상대로 별도의 보강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A양의 진술 조서를 토대로 B양을 추궁했다.
A양은 보강 조사에서 “사건 발생(올해 3월 29일) 10여 일 전인 3월 18일 토요일 B양에게 기습 키스를 당했다”며 “이후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고 계약 연예를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내가 여자 역할을, B양이 남자 역할을 했고 계약 연예를 시작한 이후 B양이 연예 감정을 이용해 (범행과 관련해) 더 구체적인 요구를 했다”며 “당분간 살인 금한다고 했다가 살인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사람의 손가락과 폐를 가져오라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B양은 “연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A양은 또 사건 당일 범행 대상을 물색하러 집을 나서기 전 B양에게 전화로 “‘우리 집 베란다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인다’고 했고, B양은 ‘그럼 거기 애 중 한 명이 죽게 되겠네. 불쌍해라. 꺅’이라고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자 B양은 “그런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한편, B양은 살인교사 의혹을 제기한 A양의 주장 대부분을 부인했다. 검사가 A양의 진술을 토대로 “손가락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고 말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B양은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또 “(시신) 유기 장소로 집 근처 야산, 송도에서 인천으로 오는 다리 밑 바다, A양의 아파트 옥상, 학원 건물 옥상 등을 논의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A양은 “B양이 (범행을) 들키지 않게 하라고 이야기했고 폐쇄회로(CC)TV를 항상 확인하고 변장을 하라고도 했다”며 “변장 후에는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도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A양과 B양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B양의 다음 재판 때 A양을 증인으로 다시 불러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따로 진행 중인 A양과 B양 사건의 결심과 선고를 비슷한 시기에 할 방침이다. A양의 결심 공판은 다음 달 9일 열릴 예정이며, B양에 대한 구형은 오는 17일 한 차례 더 심리를 진행한 뒤 A양과 비슷한 시기에 할 것으로 보인다.
A양은 올해 3월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2학년생 C(8)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범 B양은 A양의 살인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막지 않고 같은 날 오후 5시 44분께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난 A양으로부터 초등생의 훼손된 시신 일부가 담긴 종이봉투를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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