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송되는 KBS1 ‘KBS스페셜’에서는 ‘불안한 미래, 빈집쇼크’ 편이 전파를 탄다.
도쿄 인근, 전철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마쓰도 시. 50㎡ 넓이의 방 3개 아파트가 ‘190만엔’ 매물로 나와있다. 우리 돈 2천만원 정도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최고 가격까지 올랐을 때 2,800만 엔까지 가던 것이 100만 엔대까지. 200만 엔이면 중고차와 같은 거예요.“
- 사토 마사유키_마쓰도 시 부동산중개업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 노후화된 주택들이 방치되면서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아 결국 빈집이 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리 예측으로는 2030년경에는 약 30%가 넘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되는 것입니다.“
-사카키바라 와타루_노무라종합연구소 컨설턴트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빈집은 약 107만호. 빈집 100만 채 시대, 우리는 일본과 같은 ‘빈집쇼크’에서 예외일 수 있을까?
▲ 지역 쇠퇴의 바로미터, 빈집 증가
인천 도원역 주변,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도심 속 섬처럼 남은 숭의동. 한 때 인천의 구시가지를 대표하는 지역이었던 이곳은 1940년대 이후 공업단지와 경인고속도로 개발을 기반으로 대규모 주거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물리적 쇠퇴가 가속화 되면서 상권이 죽고 인구가 감소해 대로와 맞닿은 집 몇 곳을 제외하고는 일대가 거의 빈집이 되었다. 인천 남구의 빈집 1/3 가량이 이 동네에 몰려있다.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 비었어요. 사는 집은 여기 하나 밖에 없어요. 그래서 누구랑 대화할 사람이 없어요. 여기는 아주 그런 동네예요.“
- 김태분(79)_인천 남구 숭의동 주민
“살기 싫어서 떠났겠죠. 아, 재개발 바람. 솔직한 얘기로 재개발 바람이 불어서 그런 거예요. 그게 빨리 되면 좋은데 성사가 안 되니 말이 15년, 그냥 20년 됐죠. 그래서 이렇게 된 거지.“
- 지용규(81)_ 인천 남구 숭의동 주민
한국의 도시 쇠퇴는 부동산 방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은 지난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되는 과정에서 개발 이익을 기대한 외지인들이 집을 사들인 후 방치하면서 빈집 발생이 가속화 되고 있다.
“지역 내에서 빈집이 30%가 되면 그 지역의 치안이 굉장히 나빠집니다.”
- 마키노 토모히로_오라가총연주식회사 대표이사
▲ 빈집률 13%, 일본을 통해 보는 우리의 미래
일본 돗토리현 니치난초. 공무원 가토 토모코 씨가 지은 지 70년 된 빈집 한 채를 소개해 준다. 집주인이었던 노부부 사망 후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집은 현재 니치난초에서 운영하는 ‘빈집뱅크’에 등록되어 있다. 일본의 중년들에게 팔리지도 않는 빈집 상속은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지자체나 공익재단에 기부하려 해도 재산 가치가 없어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
“상속을 받은 자식들에게는 빈집이 재산도 뭣도 아니고 오히려 채무, 빚과 같은 부담을 안게 됩니다. 이런 일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 마키노 토모히로_오라가총연주식회사 대표이사
도쿄 신주쿠에서 전철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오쿠타마마치. 연간 출생률이 15명에 불과한 반면, 1년 전에 비해 빈집이 30채나 늘었다는 이 지역에서는 ‘빈집뱅크’를 통해 젊은 부부의 정착을 돕는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이 있는 젊은 부부가 마을 빈집으로 이주할 경우, 수리비 지원과 함께 어린이집 등 교육비 무료, 고등학교까지 의료비, 급식비를 전액 지원하고 교통비 혜택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15년을 거주할 경우 소유권과 함께 축하금으로 50만 엔을 지급한다.
“15년간 살면, 토지도 건물도 무상으로 증여를 한다는 계약입니다. 본인의 사정으로 나갈 때 위약금도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살 수 있습니다.”
- 니지마 카즈다카_오쿠타마군 청년정착과 대책실장
일본 정부는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특정 빈집의 강제 철거 등 가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빈집의 자산화를 고민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존립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일본의 지역 역시 늘어나는 빈집을 통해 마을을 재생, 회복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펼쳐나가고 있다.
▲ 빈집 100만채 시대, 당신의 집은 안녕한가요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주택 수는 총 1천 637만 호로 5년 전보다 11.0%(162만 호)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은 지난 2008년 이미 100%를 넘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 이 가운데 빈집은 2010년 79만 호에서 107만 호로 급증했다.
2016년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빈집은 2025년 약 13%까지 증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현재 일본의 빈집 비율과 맞먹는 수치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택 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육박하는 ‘아파트 공화국’. 30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노후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모. 노후 시설을 제때 보수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금 제1기 신도시의 제일 큰 문제점은 워낙 자동차 위주의 베드타운으로 지었기 때문에 단지별로 순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다시 재생계획을 세워야 되는데, 문제는 그게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일시에 전면적 개발은 해서도 안 되고 거의 불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영은_LH 연구원
‘빈집’은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시대,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상징이다. 지역 쇠퇴의 바로미터이자 그 지역을 재생시킬 수 있는 자산이 되는 빈집. 급증하는 빈집의 위협 앞에서 우리의 미래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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