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해보니 선수생활 그리웠습니다.”(박정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오픈(총상금 3억원) 첫날 상위권에 오른 사연 있는 두 남자가 눈길을 끌었다.
황재민은 13일 경남 사천의 서경타니CC 청룡·현무 코스(파71·6,694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8개의 버디를 골라내 8언더파 63타로 순위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황재민은 지난해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두 번이나 시드(출전권)를 잃어 퀄리파잉(Q)스쿨을 거쳐야 했던 선수다. 올 들어서는 달라졌다. 초반에는 부진했으나 최근 4개 대회에서는 모두 컷을 통과하며 상금 수입을 올렸다. KPGA 선수권대회에서 공동 16위에 올랐고 직전 대회였던 NH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는 공동 6위로 첫 톱10 입상을 이뤘다. 황재민은 “2년 동안 교제한 여자친구와 오는 12월 결혼하기로 2월에 결정했다”면서 “시즌 초에는 가장이 된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이제 책임감 있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언 샷이 강점이라는 그는 전장이 길지 않고 정교한 샷으로 그린을 노려야 하는 코스와도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친 8언더파는 언더파 기준으로 자신의 18홀 최소타 타이다.
6언더파 65타로 첫날을 보낸 박정호(32)는 캐디 활동 경험이 있다. 2006년 KPGA 투어 프로 자격을 획득하자마자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이후 2014년까지 2부 투어와 아시아, 중국 투어 등을 전전했다. 골프 선수를 포기할까도 생각한 그는 지난해 1년 동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인 윤채영(30·한화)의 골프백을 멨다. “캐디가 돼 대회를 보니 다시 선수생활이 그리워졌다”는 박정호는 지난 시즌 뒤 Q스쿨에 응시해 생애 처음 정규 투어 시드를 얻었다. 늦깎이 신인으로 5월 카이도 드림오픈 공동 20위가 유일하게 컷을 통과해 받은 성적이지만 “쇼트게임과 퍼트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시드 유지를 우선 목표로 세웠다”며 각오를 다졌다.
투어 통산 9승의 강경남(34)과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우승자 김승혁(31) 등 6명이 6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고 카이도 골든V1 오픈 챔피언 이정환(26·PXG)이 5언더파 공동 8위로 추격에 나섰다. 월요 예선을 통해 출전권을 따낸 전준형(22)도 공동 8위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전북오픈에 이어 2연승을 노리는 이형준(25·JDX)은 16번과 18번홀(이상 파4) 더블보기 탓에 4언더파 공동 13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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