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를 보면 리액션 콘텐츠가 많아요. 저희 방송도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는 거니까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는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정도로 많이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즉각적이었고 또 좋게 나와서 저희도 신기했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출신 방송인이 자신의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하는 여행 예능프로그램이다. 지난달 방송된 파일럿에서는 JTBC ‘비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 대표로 활약 중인 알베르토 몬디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알베르토는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 미라노에 살고 있는 친구 세 명을 초대했다. 며칠은 친구들끼리 세운 계획에 따라, 또 며칠은 알베르토의 인솔에 따라 여행했다. 사실 여행 예능은 기존에도 넘치도록 많았다. 차이점은 외국인이 외국인을 초대했다는 것.
“우리한테는 일상인 곳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먹혔죠. 우리 생각에 남산 타워는 별로 볼 게 없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새로운 것을 봐요. 낯설게 보기였죠. 두 번째는 ‘우리가 해외에 나가도 저렇게 헤맬 텐데 하는데’서 공감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파일럿에서 정규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감을 안는 일이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신선한 재미를 이어가야 한다. 앞으로의 방송에서 어떤 게스트를 초대해서 어떤 장소를 여행할지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행하는 친구들에게 제시해요. 지방가도 된다고. 지난번에는 ‘서울’ 책만 가져갔는데 멕시코 친구들 편에서는 ‘코리아’ 책을 가져갔어요. 서울을 더 깊게 보고 싶으면 서울에서 있어도 되고, 아니면 지방에도 가도 되고. 그런데 웬만하면 처음 온 사람은 서울을 보려고 하죠.”
안 그래도 정규 편성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걱정됐던 부분이었다. 처음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들은 서울 위주로 돌아다니고 싶어 할 텐데, 관광지가 겹치다 보면 다양한 그림이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문 PD는 의외로 그 부분은 쉽게 해결됐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들도 걱정하더라고요. 저는 누가 가느냐에 따라 그림은 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멕시코 친구들도 이탈리아 친구들이랑 겹치는 장소가 있는데 완벽하게 다른 이야기가 나와요. 같은 서울이어도 명동이나 남산이 아닌 상암이나 롯데타워를 가기도 하고요.”
누가 가냐에 따라 다른 그림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개인의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도 다양한 상황을 볼 수 있다고. 그런데 파일럿 게스트와 정규 첫 회 게스트에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와 멕시코 출신 크리스티안 부르고스 모두 ‘비정상회담’ 멤버라는 것이다.
“마음의 빚이 있는 프로그램이에요(웃음). 외국인 중에 인지도 있는 사람은 거의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니까요. 이번 멕시코 친구들은 이탈리아 친구들과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이탈리아 친구들이 진지하고 순수하고 귀여웠다면 멕시코 친구들은 라틴 아메리카의 정열적인 매력이 그대로 나와요. 계획을 짜라고 하면 회의가 5분 만에 끝나요. 정말 유쾌해요.”
게스트를 섭외할 때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일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본질은 여행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느껴지는 답변이 나왔다. 바로 ‘체력’이었다. 우리가 실제로 여행할 때도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친구들에게는 시차까지 있기 때문에 체력이 상당히 중요하죠. 그래도 일단 오기만 하면 즐겁게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그 다음에는 호감형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생김새가 아니라 말 하는 것과 태도 등이요. 사전인터뷰 때 파악을 하려고 하는데 사실 현장에서 보기 전까지는 모르니까 어려운 부분이죠.”
그런 의미에서 알베르토와 친구들은 백점 만점의 게스트였다. 그들의 순수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에 재출연을 요구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호응에 힘입어 알베르토는 정규 방송부터 고정 MC에 합류하기로 했다.
“워낙 호감형이어서 그런지 알베르토 친구들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 친구들에게서도 자주 연락이 오고요. 한 번 정도는 더 올 수 있으면 좋죠. 그런데 이번에도 어렵게 시간을 냈던 거예요. 이 친구들도 직장인이라서 휴가 쓰려면 눈치 봐야 되고 우리랑 똑같아요. 시간만 맞으면 본인들도 올 의사가 있다고 하는데 시간 맞추기가 힘드네요.”
개개인의 매력도 물론 넘쳤지만, 무엇보다 알베르토와 고향 친구들의 우정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친구들 혹은 가족들을 초대하기를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한국을 여행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여줘요. 그게 아니면 사실 아무나 섭외하면 되는 거죠. 죽마고우들의 케미라고 할까,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좋아요. 타지에 오면 가족 혹은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항상 있잖아요. 정규 방송에서도 여행뿐만 아니라 이런 감정들을 쭉 살리면서 가고 싶습니다.”
한편 오는 27일 정규 첫 방송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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