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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회화와 퓨전주의 작가 금보성

김보성 작가의 작품 <1월>




21세기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은 AI 인공지능을 갖춘 작업처럼 예측불허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다르다는 이유로 평가를 주저하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21세기를 맞이한다는 것은 21세기 의식으로 무장 또는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서는 문화 편견과 예술의 편식주의로 고립된 섬이 된다. 철학을 통한 문화 훈련을 강조하는 것은 예술가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21세기 시민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언어와 사고와 삶이 정신으로 승화한 철학이 있는데 그림 그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국적인 철학의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그 철학의 반석 위에 문화가 성장할 수 있다. 한국적인 재료나 소재를 차용하는 것이 작품이 아니라 한국식 철학 위에 잉태된 작품이 경쟁력이며 창조적인 화가의 순수성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한글은 철학이다. 한국인의 족보 같은 유전자며 미래문화 성장의 신에너지 같은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금보성 작가는 이런 한글을 미술사에 진입하기 위해 퓨전주의를 접목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퓨전이란 라틴어로 ‘FUSE’ 즉 ’섞다’라는 뜻이다.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만나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퓨전이라 하며, 퓨전은 고유의 영역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화하는 새로운 상생이며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퓨전은 본래의 의미, 가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다른 고유의 것과 만나는 공간이며 새로운 영역이다. 본질이 변하거나 사라진다면 진정한 퓨전이 아니다. 최근 합병. MOU 등등 사회현상이 일어나고 IT업계에선 복합적 전자기기가 유사한 퓨전일 수 있다.

금보성 작가에게 있어 한글은 숨겨진 비서나 비기, 또는 종교 같은 존재다. 그는 한글은 하늘과 땅, 사람(천지인)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하늘(ㅇ:오/둥근 하늘의 모습), 땅(ㅡ:으/수평의 모습), 사람(ㅣ:이/사람이 서 있는 모습)’ 한글은 자연의 원리와 사람의 이치를 담고 있기에 한글을 그리다 보면 풍경과 인물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한글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한글이 어떤 모양으로 변하든지 회화가 되는 조건을 갖춘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금보성 작가가 한글회화에 기여한 것은 회화로 머물지 않고 캔버스와 물감만이 아니라 돌, 쇠, 종이, 스티로폼, 천, 비닐, 시멘트, 그리고 최근엔 곰팡이 균을 이용한 다양한 재료로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아울러 금보성 작가는 32년 동안 46회의 지속적인 전시를 통해 한글을 문화와 예술로 뿌리내리도록 한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을 받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러한 실험정신이 새로운 작품영역을 개척하는 씨앗이 되었다. 이에 대해 금보성 작가는 “작가가 게으르면 도시가 정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보성 작가는 한글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인 ‘문화 DNA’를 깨우고자 한다. 예술에 있어 한국적인 것이란 풍경이 아닌 정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동호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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