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 15일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려면 북한의 핵동결을 목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미리 큰 틀의 거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란 기존 입장을 벗어나 북한의 핵능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한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어 미국 조야 분위기가 바뀔지 주목된다.
게이츠 전 장관은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답보에 빠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을 제안했다.
그는 우선 “한반도 내 전면전에 대한 위험 때문에 군사적 선택은 일단 협상안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원칙으로 중국이 여전히 북한을 바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들었다. 게이츠 전 장관은 중국을 압박해 북핵 문제를 풀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에 동의했다.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점에서 세 번째 원칙이 나왔다. 기본적으로 외교적, 군사적 요소를 다룰 수 있는 최고위급에서 중국에 포괄적 전략을 제시하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이츠 전 장관은 “달리 말하자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협상하기 전에 중국과 협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접근법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북한정권 인정 △정권교체 포기 △평화협정 체결 △한국 내 군사구조(주한미군) 일부 변경 등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츠 전 장관은 이런 제안의 반대급부로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엄격히 제한하라고 중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미국의 정보·안보통이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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