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특검은 후반전에 접어든 이 부회장 등 삼성 관련 재판에서 아직 뇌물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한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특검 측 주장과 반대되는 증언도 잇따르면서 특검은 갈수록 수세에 몰리는 분위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 결심공판은 다음달 2일 열릴 예정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8월 중순께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이 부회장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재판부는 특검이 뇌물공여 혐의의 핵심 증거로 내세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 수첩을 직접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이라는 점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간접 증거로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에 개입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뒤집는 증언들이 잇따라 나오는 점도 주목된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과 관련해 “청와대가 관심이 너무 없어 서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 합병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최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재판 출석을 두고 변호인단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이 부회장 재판에 ‘깜짝 출석’한 정씨는 이날 새벽 2시께 집을 나와 특검 차량을 타고 변호사 없이 호텔에 머물다 재판에 출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의 전근대적 ‘보쌈 증언’은 해외토픽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정씨는 자의적 판단으로 출석했고 불법적 출석 강요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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