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남(34·남해건설)은 2000년대 중·후반 배상문, 김경태, 박상현, 홍순상 등과 함께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흥행을 이끈 선수다. 그중에서도 재능만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 신인왕에 올랐고 2006년엔 3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평균타수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고질적인 목 디스크 등의 이유로 부침을 거듭하다 2013년 시즌 뒤 군 복무를 선택한 그는 지난해 투어에 복귀했고 마침내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승부사’ 강경남이 돌아온 것이다.
강경남은 16일 경남 사천의 서경타니CC 청룡·현무 코스(파71·6,672야드)에서 열린 KPGA 투어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오픈(총상금 3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그는 황재민(31·15언더파)을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03년 투어에 데뷔한 강경남은 이날 우승으로 개인 통산 10승째를 채웠다. 2013년 5월 해피니스 광주은행 오픈 제패로 9승째를 거둔 이후 4년2개월 만의 10승이다. 그 사이 군 복무를 마쳤고 딸아이의 아빠가 되기도 했다. 20대의 혈기 대신 성숙함으로 거둔 첫 우승이다. 강경남은 경기 후 “볼을 잘 치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늘었는데 우승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특히 입대 전 10승을 채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가 이제 달성해 기쁨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소감을 밝혔다. 10승은 KPGA 투어 통산 승수 8위에 해당한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6,000만원.
이날 선두 황재민에 2타 뒤진 3위로 출발한 강경남은 전반에만 버디 5개를 뽑아내 2타를 줄인 황재민을 추월하고 선두로 올라섰다. 1타 차 리드를 이어가던 강경남은 15번홀(파4)에서 승부를 걸었다. 약 86야드를 남긴 지점에서 핀을 곧장 노렸고 2.5m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고비는 뜻하지 않은 왼손 통증이었다. 17번홀(파3) 티샷 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는 18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면서 통증 때문에 비명을 질렀다. 오른쪽으로 밀린 볼이 아웃오브바운즈(OB) 지역으로 날아가다 다행히 바위에 튕긴 뒤 러프 쪽으로 들어오는 행운이 따랐다. 파를 지킨 그는 열 손가락을 펴 통산 10승을 자축하는 세리머리를 펼친 뒤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그는 “17번홀 티샷 후 차츰 붓고 통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대상포인트 1위 이정환(26·PXG)은 황인춘(43), 박은신(27) 등과 함께 14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월요 예선을 통과해 출전권을 따낸 전준형(22)도 3위 그룹에 합류하는 성과를 이뤘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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