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9년 9월20일 포르투갈 출신 탐험가 마젤란은 스페인의 지원 아래 세계 일주를 위한 항해를 시작했다. 5척의 배에 270명의 선원을 태운 마젤란 선단은 대서양을 건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해안을 따라 남하하다가 1520년 10월21일 알 수 없는 해협에 들어섰다. 훗날 마젤란해협으로 이름 붙여진 남미 대륙 남단과 푸에고제도 사이를 지나는 해협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11월28일 마젤란의 눈앞에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졌다. 선원들은 곧 인도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태평양’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드디어 마젤란해협을 통과한 지 99일 만인 1521년 3월6일 선원들은 마리아나제도의 괌섬에 상륙했다. 1565년 스페인은 괌의 소유권을 주장했고 이후 2세기 동안 스페인의 해외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괌이 미국의 식민지가 된 것은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면서부터다. 이후 미국의 태평양 횡단 항공기 기착지로 쓰였다. 1941년 일본에 점령되기도 했으나 1944년 미군이 다시 탈환한 후 공군과 해군 기지로 쓰이고 있다. 1950년에는 미국의 준주(準州)가 됐다.
최근 괌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16만명에 불과한 괌의 독립 문제가 부상한 것은 주민들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괌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은 갖고 있지만 연방 선거 투표권이 없고 괌 의원들은 연방 입법권도 행사할 수 없다. 여기에 미국이 괌을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방어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둔 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주민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에디 칼보 괌 주지사는 괌의 지위를 바꾸기 위해 내년에는 독립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괌은 경제적으로 미국에 종속돼 있는데다 지위를 바꾸기 위해서는 미국 연방 의회의 결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독립이 쉽지 않다. 이 같은 난관에도 괌 주민들이 독립 투표라는 카드를 내세워 어느 정도까지 자신들의 권리를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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