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때아닌 ‘옷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투어 측이 선수들에게 전달한 ‘미니스커트 금지령’ 때문이다.
LPGA 투어는 최근 선수들에게 e메일로 새 드레스코드를 고지했다. 이 규정은 이번주부터 적용되고 위반할 경우 1,000달러(약 11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복장 규정의 ‘금지 목록’에는 짧은 스커트, 칼라(목둘레 깃)가 없이 어깨끈 형태로 된 탱크톱, 가슴이 깊이 파인 셔츠, 레깅스·조깅복, 청바지 소재의 옷 등이 포함됐다. 스커트(치마바지·반바지 포함)의 경우 서 있을 때나 무릎을 굽힐 때나 항상 엉덩이 부분을 가릴 수 있게 충분히 길어야 한다.
18일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복장 규정에 대한 선수들 사이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쟁점은 골프의 ‘현대화’와 ‘전통 유지’의 대립으로 압축된다. 개혁과 보수의 갈등인 셈이다.
모델 출신 미녀 골퍼 산드라 갈(독일)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레이서백(어깨끈 형태의 상의)은 여성에게 매우 잘 어울리고 짧은 치마는 특히 테니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입어왔다”며 “남녀 테니스대회의 상금이 똑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런 복장이 스포츠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골프를 잘 치는 게 우리의 목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여자 테니스처럼 매력적이고 활동적이고 맵시 있어 보이려는 부분을 골프에서는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몇몇 선수들도 새 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미교포 선수인 크리스티나 김은 “늙고 어리석은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투어는 우리의 직장이고 선수들은 프로답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투어 측 방침에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가슴 옆 통풍이 정말로 필요한지, 그게 스코어를 더 좋게 만드는지 반문하며 비전통적인 복장을 꼬집었다. 또 다른 재미교포 선수 제인 박은 “우리 대부분은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규정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며 변경 사항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동안 골프선수의 복장은 늘 화제가 됐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지난 2003년 마스터스 대회에 옷깃이 없는 목넥(mock-neck) 셔츠를 입고 나와 에티켓 논란을 일으켰고 ‘오렌지 보이’ 리키 파울러(미국)는 남자 골퍼들 사이에 화려한 색상의 유행을 가져왔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진출한 안신애(27)는 초미니 스커트를 선보이며 ‘섹시 퀸’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스포티함과 트렌디함으로 골프를 현대화하고 젊은 층에 호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에티켓을 중시하고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 골프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투어의 흥행, 의류업체의 마케팅 등 상업성이라는 키워드도 깊숙이 내재해 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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