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오는 8월 경찰 내 독립기구인 ‘경찰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경찰개혁위가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통해 심의·의결한 권고안으로 경찰은 이를 전면 수용해 추진하기로 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에 설치하되 독립기구로 한시적으로 활동한다. 이를 위해 위원장은 외부인사로 선출하고 위원은 10인 이내로 하되,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유족·관련 시민사회단체 추천자 등 민간위원을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경찰조사관과 함께 공무원 신분인 민간조사관도 임명된다.
진상조사위는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용산참사사건’, ‘밀양 송전탑 사건’ 등 경찰의 경비·수사·정보수집 등 경찰권 행사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인권침해 사안을 재조사한다. 2004년 이후 발생한 사건을 기준으로 진상조사 대상과 조사진행방식 등 세부사항은 추후 진상조사위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진상조사위는 진상조사 외에 책임규명, 재발방지, 인권정책 개선에도 나선다.
경찰개혁위는 “시민제보를 통해 접수된 사건을 중심으로 대규모 경력이 투입되고, 항의가 빗발친 사건은 모두 다 포함될 것”이라며 “명백한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고발조치 등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8월 안으로 진상조사위를 발족을 위해 규정을 마련하고 인력·장비·시설 지원과 함께 관계자·현장 조사, 관련 시설 이용, 자료제출 등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수사제도 개선안으로는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영상녹화 확대 및 진술녹음제 도입 △장기 내사·기획수사 일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피의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마련된 변호인 참여권은 조사기일부터 조사과정 전반에 변호인이 동석해 이의제기 등 변호인으로부터 조력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담고 있다. 대상자는 피의자 뿐만 아니라 피혐의자, 참고인까지 포함하고 있다. 경찰개혁위는 이와 함께 기소 이후 피고인만을 대상으로 한 국선변호인제도를 피의자 단계까지 확대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도 함께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이달 안으로 변호인 참여권에 대한 실무지침을 마련해 내년 1월1일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조사과정에서의 인권보장 장치인 영상녹화는 강도·마약, 피해액 1억원 이상의 사기·횡령·배임 등 중요 범죄자, 인권침해 시비가 예상되는 사건, 조사대상자가 영상녹화를 요청하는 모든 사건 등으로 확대된다. 녹화 및 녹음은 조사의 전 과정이 포함되고 조작·왜곡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 및 녹음·녹화된 자료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보안대책도 마련된다. 경찰은 올해 안으로 진술녹음제 시범운영해 내년에는 관련 예산 확보 및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 내사·기획수사 일몰제는 수사착수 후 내사는 6개월, 수사는 1년이 경과하면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예외적으로 계속 진행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상급기관의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는 등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고소·고발사건은 접수 후 2개월 이내 수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수사기관의 내사·기획수사는 수사기간에 제한이 없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선결과제라는 인식하에 모든 권고사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과 함께 경찰개혁위에서 추가로 발굴해 제시하는 권고 사항들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로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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