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는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 편수회와 맞서 싸우는 왕세자의 의로운 사투를 그린 드라마. 김소현은 극 중 한가은 역을 맡았다. 세자 이선으로 분한 유승호와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그렸다. 강직하고 선한 성정을 지녔으며 세자를 왕위에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지난 13일 종영한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는 최근 침체에 빠져있던 MBC 드라마국에 활기를 넣는 작품이었다. 10%를 못 넘는 드라마가 많은데도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극 왕좌를 지켰다. 시청률도 잘 나왔고 화제성도 높은 편이었다.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시청률이 분위기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물론 그 전에도 현장 분위기는 좋았지만 시청률이 잘 나오면 스태프 분들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조금 더 웃으면서 여유 있게 촬영할 수 있었죠. 작품이 잘됐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봐주실 줄 몰라서 정말 감사합니다. 흥행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다행이죠.”
김소현이 ‘군주’를 선택한 것은 가은이라는 캐릭터 때문이었다. 당찬 매력이 있는 역할이다 보니 욕심이 났다고. 유승호, 엘, 윤소희가 맡은 또 다른 주연 캐릭터도 전부 주체적이어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도 궁금했다고 덧붙였다. 상대역이 유승호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너무 좋았단다. 평소에 함께하고 싶었던 배우였다고 수줍게 웃었다.
“가은이랑 저의 싱크로율은 50%? 완전히 닮은 것은 아니에요. 작품 초반 열일곱 살 때의 당차고 밝은 모습이 저랑 닮은 것 같아요. 후반부에 들어서 리더가 되고 모두를 이끄는 것은 저와 거리가 조금 있어요. 중심이 돼서 팀원을 이끌어본 적은 아직 없거든요. 그래서 가은이가 더욱 멋있어보였고 잘 표현해내고 싶었습니다.”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만큼 그 역할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사람이 또 있을까. ‘군주’를 촬영하는 동안 김소현에게 가은은 또 다른 자신이었다. 가은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비판을 받았을 때, 당연하게도 김소현이 가장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혹시나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가 될까봐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시청자분들이 통쾌함을 원하셨다는 것을 알아요. 편수회가 너무 큰 조직이고 가은이에게 든든한 뒷배경이 없었기 때문에 휘말렸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현실적이라 시청자분들도 혼란스럽고 답답하셨을 거예요.”
그러면서 감정적으로 잔인한 상황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연기를 하면서 가은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알고 복수하러 궁에 들어가서도 결국 대비에게 이용당하는 것, 자신의 원수라고 생각하는 사람 옆에서 일하는 것 등 상황 자체가 잔인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김소현에게 가은은 안타까움과 동정의 감정으로 남게 됐다.
“가은이의 감정이 깨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감정을 계속 가지고 가야 시청자분들의 몰입도 깨지지 않을 테니까요. 아무리 가은이가 이유를 갖고 행동을 해도 보시는 분들이 이해를 못하면 가은이를 응원할 수 없잖아요. 나쁘고 못된 캐릭터가 아님에도 안 좋은 이야기를 듣는 게 속상하고 안타깝기도 했죠. 그렇지만 어떻게 저의 마음대로 다 되겠어요.”
작품에 임할 때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극본부터 연출, 제작사와 상대 배우까지 사실상 촬영 현장에서 배우 본인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많지 않다. 지금보다 더욱 힘든 역할과 상황을 맞닥뜨려야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소현은 ‘군주’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배우가 됐다. 다음 작품에 임할 때는 보다 성숙한 대응을 할 수도 있게 됐다.
“제 캐릭터만 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인물이 하는 행동과 역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직접 연기하는 배우니까 애정을 가지고 맞고 틀린 것에 대해 의견을 낼 줄 알아야겠다고 느꼈고요. 조금 어렵죠. 스스로 부딪혀나가기 버거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건방지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아요. 우선 제가 연기를 잘해야죠.”
결국 아쉬움의 이유를 본인에게서 찾는 김소현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연기를 해나가야 되는데 카메라 앞에서 표정이 굳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도 했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되짚었다. 원망하고 분노하고 울부짖는 등 감정을 조금 더 폭발시켜야 하는 부분에서도 연기적으로 부족함을 느꼈고 많이 공부해야겠다며 다짐도 했다.
“‘군주’는 저에게 각성의 계기였어요.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면서 저에게 조금은 덜 엄격했었던 게 있거든요. 약간은 풀어진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연기적으로 고쳐야 될 부분이 많이 보인 작품이었죠. 그런 부분을 개선해서 더욱 좋은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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