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6일 장애인활동보조인 윤모(54)씨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死因)은 과로로 인한 심근경색. 아내와 두 자녀를 둔 그는 평소 활동보조인 시급 6,800원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10년간 신문 배달과 활동보조인 업무를 병행하며 생활비를 조달했다. 지인들은 “(윤씨의)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였고 늘 과로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가 노인돌보미·장애인활동보조인·가사간병돌보미 등 3개 분야 사회서비스노동자에게 사실상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저임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올랐지만 정부 예산으로 지급되는 사회서비스노동자의 저임금 실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2007년부터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을 진행하면서 3개 분야 근로자의 임금 겸 서비스 위탁기관 운영비를 수가(서비스노동의 대가로 정부가 지급하는 비용) 형태로 위탁기관에 지급해왔다. 위탁기관은 최소 9,240원에서 최대 1만200원까지 제공되는 시간당 수가를 받아 활동보조인 임금을 지급하고 기관의 운영비를 충당한다.
이에 복지부는 위탁기관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서비스노동자 임금을 수가의 75% 이상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수가의 25%를 기관수수료 명목으로 떼 주고 실질적인 근로자 임금 시급은 7,000원대로 맞춰 놓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바우처 노동자 및 기관 실태조사에 따르면 38개 위탁기관 노인돌보미의 평균 시급은 7,310원, 장애인활동보조인은 7,341원, 가사간병 방문돌보미는 7,285원으로 산출됐다.
문제는 위탁기관이 7,000원대 임금으로 근로자에게 주휴수당과 연차수당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최저 시급 6,470원은 시간 외 임금을 모두 제외한 순수시급만을 가리킨다. 따라서 최저 시급에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을 포함하면 주 5일 기준 시급은 8,133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더해 위탁기관은 수가의 25%에서 근로자 퇴직적립금과 4대 보험료, 기관 운영비까지 최소 2,400원(최저임금 기준 )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수가의 25%는 이를 채우기에 빠듯한 금액이다. 다수의 위탁기관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서라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고집하는 이유다. 게다가 내년에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주휴·연차수당을 합친 금액은 1만원에 이르러 사회서비스근로자들의 수가와 3,000원가량 차이가 나게 된다.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세에 맞춰 올해 1월 보건복지부 수가를 9,800원으로 높여달라는 내용의 노사합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최종 수가는 9,240원으로 마무리돼 전년보다 2.2% 오르는 데 그쳤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현재의 낮은 수가로는 사회서비스노동자가 법정수당을 보장받지 못하고 위탁기관도 잠재적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사회서비스노동자에게 봉사와 희생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사업 수가를 현실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