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송하윤은 ‘논스톱 5’, 영화 ‘댄서의 순정’ 단역, ‘다세포 소녀’ 조연, 다시 드라마 ‘최강 칠우’ 조연으로 활동하다가 영화 ‘아기와 나’에서 주연 김별 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비상’ ‘나는 공무원이다’ ‘화차’ ‘제보자’, 드라마 ‘유령’ ‘스웨덴 세탁소’ ‘리셋’ ‘내 딸, 금사월’ 등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연기해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만큼 송하윤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송하윤은 ‘사랑’을 테마로 ‘사랑스럽게’ 변신한 만큼 시청자들의 애정을 아낌없이 받았다.
최근 서울경제스타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로 만난 송하윤은 그 벅찬 관심에 감격스러워하면서도 여전히 ‘쌈마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한창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청률 13%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응원과 사랑을 받았던 터라 종영이 서운하지 않았는지 묻자 송하윤은 “그동안 많이 행복했던 것 같다. 설희로 사는 동안 딱 32살의 송하윤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되게 행복했다. 추억이 많이 쌓인 것 같다. 나도 연기하면서 처음 느껴본 건데, 지금까지는 작품 촬영 후 집에 돌아갈 때 공허하거나 외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오월이는 화내는 감정이 많아서 공허한 감정이 많았다. 이번엔 한 번도 분리된 감정이 안 들었다. 연기자로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래서 새로웠다. 다음 작품에 임하는 마음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설희 자체도 한 작품이었으니까, 내가 나에게 만든 숙제를 이제 남은 시간에 풀어나가야 하겠다”고 종영 직후의 계획을 언급한 송하윤은 “설희 캐릭터에 나도 시청자들도 왜 많이 울고 웃을까 생각해봤다. 자기에게 스트레스가 생기면 애써 외면들을 하는데, 스스로 위로를 해주지 못하고들 살았을 거다. 연애가 짧든 길든 연애적인 대사들이 시청자들의 과거를 위로하게 된 것 같다. 지나고 보니 ‘아 맞아 그 때 그랬는데’라고 설희에게 자신을 대입해서 설희를 응원했고, 그게 곧 자기 자신을 위로했던 것일 거다. 그런 것들이 나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공감한 지점이겠다”고 ‘쌈마이’가 공감드라마로서 사랑받았던 이유를 분석했다.
송하윤에게 특별히 인상 깊었던 신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한참을 머뭇거렸다. 결국 “모든 장면이 다 좋아서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극 중 주만(안재홍 분)과 설희는 6년간의 오랜 연애에 권태기가 찾아오고, 이별까지 경험했다. 설희는 말 한 마디조차도 주만에 대한 끈을 꽉 잡으면서 처절한 모습을 보였다. “한 신도 소홀한 감정이 없었다. 연기할 때도 주만이랑 울다가 ‘판타스틱 4’(박서준, 김지원, 안재홍, 송하윤)가 모였을 때는 막 친하게 지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시청자들이 언급한 설희의 장면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엄마와의 문자신’이 있다. 예비 시댁인 주만네 가족이 친척 돌잔치에 설희를 불러 잡일을 과도하게 시킨 것. 우연히 이를 목격한 설희 엄마는 벌써부터 시집살이를 하는 설희에 가슴 아파하다가 주만에게 ‘우리 설희 그저 많이 예뻐해 달라’는 문자를 남겨 설희가 눈물을 쏟았다.
“나도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송하윤은 이후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언급하며 눈물을 터뜨렸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쌈마이’는 대본을 볼 때도 뒤로 잘 넘기질 못하겠더라. 감정신이 많았다. 11, 12회에서 이별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가장 마음이 힘들었다. 주만이와 헤어져야 했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누른 감정이었기 때문에 더 여운이 컸다. 그 때 정말 주만과 예진(표예진 분) 같이 있는 것만 봐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런데 예진이 눈을 보는데 너무 예쁘더라.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워낙 공감 가는 장면이 가득했던 드라마였기 때문에 주옥같은 명대사도 빼놓을 수 없다. 동만(박서준 분)의 ‘못 먹어도 GO’, 애라(김지원 분)의 ‘저도 상처받지 않을 권리 있습니다’, 주만의 ‘행복이 왜 맨날 치사하게 소소해야 돼?’, 설희의 ‘그 밤에 문자 온 게 장예진인 것보다 걔가 너한테 꽃등심 먹자고 한 것보다 네가 장예진을 김찬호라고 말한 게, 그게 진짜 나한테는 진짜 총 맞은 것 같았다고’, ‘거짓말에 하얀색이 어딨어? 왜 네 맘대로 하양이래’ 등이 있다.
송하윤은 장면뿐만 아니라 모든 대사들도 사랑했다. “내 대사뿐만 아니라 어머님들의 대사 모두 공감됐다. 마지막 16부 책을 덮었을 때 ‘좋은 책을 만났구나’ 싶었다. 읽으면서도 시청자들처럼 위로를 받았고 애라, 동만이를 응원했다. 작가님 글이 되게 섬세하게 표현돼 있었다. ‘우리 아빠도 이러셨겠구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나는 우리 작가님(임상춘)글을 너무 사랑했다”
“역할에 이 정도로 몰입한 적이 없었다”고 자부한 송하윤은 실제 자신과 설희의 싱크로율을 비교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설희의 마음가짐이 나와 비슷했다. 설희가 상대를 생각하는 측면에서 그랬다. 하지만 엄마가 최종 꿈은 아니었다.(웃음) 설희를 연기하면서 실제로 분홍색이 좋아지더라. 다들 자기 캐릭터에 맞춰서 잘 살았던 것 같다”
방영 중간 한차례 기자간담회를 가졌을 당시에도 송하윤은 ‘쌈마이’ 캐릭터에 이미 흠뻑 심취해있었다. 주만을 이야기하면서 눈빛이 반짝이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그가 드라마를 모두 마친 후 설희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아파도 주만이를 많이 사랑한 기억밖에 없다. 주만이를 너무 좋아했다. 너무너무. 막 자다가 대사하면서도 일어난 적이 있다. 안재홍이 주만 캐릭터를 맡게 됐다고 결정되기도 전에 주만 자체에 확 빠져있었다. 설희에게 몰입이 많이 돼 있었다. 그래서 대본만 받았을 당시 작가님을 꼭 만나 뵙고 싶었다. ‘꼭 설희로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 때부터 ‘난 설희다 설희다’라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역할에 집착해서 연기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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