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탈리콜(2012)’에는 주인공들이 캡슐을 타고 지구 중심부를 통과하는 터널을 이용해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들은 캡슐을 이용해 17분 만에 호주에서 영국으로 이동해 관객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이와 비슷한 신개념 이동수단이 바로 초음속열차인 ‘하이퍼루프(hyperloop)’다. 튜브처럼 생긴 진공 터널에 캡슐 형태의 열차를 초음속으로 다니게 만든 것이다. 평균 시속 1,300㎞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태양 전지판의 에너지를 사용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데다 날씨와 상관없이 운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구멍 뚫는 회사(boring company)’를 만들어 스페이스X 본사 주차장에 15m 넓이의 구멍을 뚫고 있다. 거대한 지하도시를 만들어 하이퍼루프가 다니고 자동차 도로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가 비행기·기차·자동차·배에 이어 ‘제5의 교통수단’이라며 자신감을 보일 정도다. 지난해에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캡슐 디자인 공모전까지 열었다. 1위 매사추세츠공과대(MIT)팀이 만든 캡슐은 약 250㎏의 무게에 알루미늄·탄소섬유·폴리카보네이트를 소재로 사용했다.
한국도 하이퍼루프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2011년 실물 크기의 52분의1로 줄인 모형 열차를 시속 700㎞로 달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실험실에서 이뤄지기는 했지만 하이퍼루프의 가능성을 확인한 세계 첫 시도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 만에 도달하는 한국형 하이퍼루프 기술 개발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머스크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뉴욕과 워싱턴DC를 잇는 하이퍼루프 건설계획을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전했다. 터널 길이만 354㎞로 세계 최장의 스위스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의 2배를 넘는다. 당국의 승인 여부를 놓고 뒷말을 낳고 있지만 꿈의 교통수단이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의 상상력이 현실로 이뤄지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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