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중소기업·서민과 중산층은 증세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늘 강조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증세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알맞은 이름을 붙여달라”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의원이 국민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증세의 취지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네이밍’ 공모에 직접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증세 부담이 극히 일부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핀셋 증세’라는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계층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표적 증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24일 국회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당정협의를 열어 본격적인 증세 논의에 시동을 걸기로 했다. 그러나 당정청의 이 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입법화 전망은 불투명하다.
추경 처리 과정에서 보듯 현재의 다당제 구조 아래에서는 정부·여당이 야당의 협조 없이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기 힘들다. 국회선진화법상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180석이 필요한데 세금 인상은 사회적으로 워낙 민감한 이슈인 만큼 원내 지도부나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4당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입법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여당이 의결 정족수를 확보했다고 해서 신속처리안건 지정 등의 방식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각 당 내부에서 엇갈리는 반응들이 나오는 것도 증세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소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원장은 “민주당의 ‘부자증세’ 방향은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소득세·법인세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지만 같은 당의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박주현 의원은 “부자증세라는 프로파간다(선전)로 실제 증세의 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철 원내대표 역시 “성급한 증세 논의는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에서도 의원들 간의 온도차가 감지된다.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장기적으로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과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하태경 최고위원은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에는 찬성하지만 법인세 인상에는 반대”라고 밝혔다.
기재위 소속인 추경호 한국당 의원도 “법인세 증세는 절대 반대다. 고소득자 증세도 충분한 합의 없이 서둘러 추진했다가는 계층 갈등만 부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흘러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이상민 의원은 “법인세 인상은 결국 상품가격으로 전가되고 소득세 인상도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국민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윤석·박효정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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